롯데‧한화 등 액셀러레이팅 통해 상생모델 발굴…유통망 활용해 해외 진출 도와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상생사업이 이젠 국내가 아닌 해외를 향하고 있다. 잘 만든 전자기기와 반도체 수출에 멈춰있던 대기업들이 투자나 인수합병(M&A)한 스타트업을 통해 헤외 시장을 공략 중이다. 롯데나 한화, 삼성을 필두로 스타트업 상생 모델을 만드는 회사가 늘어난 것도 배경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단순 투자를 떠나 기업 내 액셀러레이팅 전문 조직, 기업벤처캐피탈(CVC)을 만든 대기업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최근 대기업 산하 자회사로 벤처지주회사를 만드는 형태도 생겼다. 비교적 CVC에 대한 제도가 미비한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벤처지주회사 활성화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기 시작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대기업 독점 산업이 없어졌다. 지식 환경이 변화한 탓이다. 신기술이나 유망인재들이 스타트업에서 탄생하는 사례가 생겨났다. 두 번째로 대기업이 했던 일들이 새로운 스타트업에 의해 대체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하나의 제품을 만드는데 몇억원이 들었다면 그 과정을 스타트업과 나누면서 개발 비용이 축소됐다. 마지막으로 벤처캐피탈 시장이 확대된 덕이다.

 

이런 배경에서 생긴 대기업 투자사들이 롯데액셀러레이터, 한화 드림플러스, SK오픈콜라보하우스 등이다. 어느정도 속도가 붙자 대기업은 해외 진출에도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한화 드림플러스는 글로벌 해외진출 프로그램 GEP를 자체적으로 운영 중이다. 일본, 중국, 베트남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하나금융 네트워크를 활용해 빠른 현지화를 지원하고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선발제한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4월 강남센터를 개최한 한화 드림플러스는 해외에 사업모델을 가져나갈 계획이다.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과 계열사의 협업을 통해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롯데쇼핑, 롯데멤버스, 롯데시네마, 캐논코리아 등이 스타트업 기술개발이자 제조, 판매유통 단계에 참여한다. 또한 스타트업이 원한다면 계열사 해외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다. 중국 칭화대 과학기술원과 현지 사업 멘토링을 추진하기도 했다.

 

SK, 현대차 등도 국내 스타트업을 찾아 아시아권 진출을 돕는다. 두 기업은 초기 창업기업들에게 지원금을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한 인큐베이팅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에 연달아 투자하고 있는 현대차는 중동 시장을 계속 탐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해외에서 눈에 띄게 성공한 국내 스타트업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대기업이 투자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이유는 상생사업모델 발굴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만 집중하기보단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는 셈이다. 스타트업이 해외 진출을 성공해 매출을 늘린다면 대기업의 투자회수(EXIT) 실적 또한 좋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중국에서는 많은 대기업들이 스타트업과 함께 해외 시장을 공략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젠 스타트업도 사실 해외 진출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왔고 대기업도 기존 구조로는 사업 유지가 어려워졌다결국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이 하나의 생태계를 새롭게 구축해나가야 하는데 이 생태계 규모를 세계 시장으로 규정해야 한다. 국내에만 국한된다면 그야말로 보여주기식 스타트업 투자에 멈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에게도 대기업 협업이 긍정적일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은 많다. 하지만 이들이 현지 파트너를 물색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김범두 한화 드림플러스 매니저는 국내도 마찬가지지만 스타트업들은 특히 해외에서 중요한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힘들다. 파트너나 플랫폼은 (스타트업) 자체적인 힘만으로는 부족하다대기업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직접 현지 파트너를 연계해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파트너 연계 이후 사업 진행 여부는 스타트업에 달려있지만 우선 좋은 파트너 연계가 첫 시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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