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별 가정 무시한 채 수치만 활용…왜곡된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증권사 보고서에 기재된 수치를 적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통상 투자자들에게 참고용으로 제공되는 증권가 보고서를 관련 법률에 따라 산정해야할 합병시 가치평가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용과정에서 보고서별로 가정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채 수치를 가져다 썼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증권사 보고서에 기재된 수치를 적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통상 투자자들에게 참고용으로 제공되는 증권가 보고서를 관련 법률에 따라 산정해야할 합병시 가치평가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용과정에서 보고서별로 가정한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채 수치를 가져다 썼다는 점도 부각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자칫 보고서와 연구원 전반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불편한 기색을 나타내고 있다.

 

23일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오류투성이인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 관련해 삼정과 안진회계법인의 가치평가에 대해 금융당국은 철저한 진상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삼정회계법인는 지난 2015년 5월 삼성그룹 의뢰를 받아 삼성바이오 기업가치를 평가하면서 HMC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대투증권, 유진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의 보고서에서 제시한 수치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진회계법인 역시 증권사 보고서를 평균내는 방식으로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 가치는 삼정회계법인에서는 8조5640억원으로, 안진회계법인은 8조9360억원으로 평가했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가치다. 당시 삼성물산과 합병과정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시 기업가치평가는 관련 법규에 따라 진행됐다. 국내에서는 비상장기업의 가치평가와 관련해서 자본시장법과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법) 등에서 가치평가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다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등 합병 당사자와 달리 제일모직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가치는 여기에 적용받지 않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방식은 큰틀에서 몇가지 방식이 사용되는데 증권사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기업가치 산정방식과 기업 인수합병 등 지분거래시 사용되는 기업가치 산정방법에는 큰 차이가 없다"며 "다만 기본적인 구조가 같다 뿐이지 근거가 되는 가정들을 제외하고 숫자만 인용할 경우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참여연대 측에서는 삼정회계법인에서 증권사 리포트를 활용해 기업가치를 산정하면서 일부 가정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HMC투자증권에서 제시한 수치를 인용할 때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가치를 9조원으로 반영했다. 보고서에서는 일단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가치를 9조원으로 산출한 뒤 할인율 20%를 적용했지만 누락된 셈이다. 

 

주요 증권사 보고서 수치와 삼정회계법인 적용 수치 / 표=참여연대

 

유진투자증권 보고서에서 제시한 수치 역시 할인율 8%를 적용하지 않았다. 증권사 별로 제시한 수치를 가져온 뒤 추후 할인율을 일률적으로 적용했다고는 하지만 이 경우 각자 다른 가정으로 가치평가를 진행한 증권사들의 실상을 반영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삼정회계법인에서는 6개 증권사의 평균값을 5조5920억원으로 평가했다. 여기에 제일모직의 바이오 부문의 가치를 3조원 가량으로 추정하고 합산했다. 

 

안진회계법인은 최근 2개월, 최근 1개월 그리고 최근 일의 보고서를 활용해 각각 평균을 내는 식으로 수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각 증권사별로 적용한 가정에 대한 고려는 부족했다. 예를 들어 한국투자증권이나 미래에셋대우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개발중인 바이오시밀러의 시판 성공률 90%으로 가정했으나 이에 대한 조정은 없었다. 

 

증권가에서는 회계법인들의 보고서 인용이 자칫 증권사 보고서에 대한 신뢰도를 낮추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증권사 연구원들은 IR담당자 등 제한된 범위의 정보에만 접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연구원들 마다 차별화된 가정을 수립한 뒤 가치평가를 진행한다. 따라서 이런 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수치라고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증권투자업계 관계자는 "합병 과정에서 내부 자료를 확인할 수 있는 회계법인들과 달리  증권사들은 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최선의 가치평가 방법을 찾는다"며 "회사 측으로부터 가치평가를 의뢰받은 회계법인들이 내부 정보보다 외부 정보를 적용했다는 점은 의아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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