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수사기한 연장 없이 25일 문 닫아…진술 의존한 채 정치권 공방으로 출범 탓 지적

박상융 특검보가 지난 20일 향후 수사 방향과 특검 기간 연장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수사가 기간 연장 없이 오는 25일 막을 내린다.


특검은 주요 피의자로 거론된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물론 문재인 정부 핵심관계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혐의점을 포착하지 못했다. 애당초 특검까지 필요한 사건이 아니었다는 비판을 고려할 때, ‘흥정’을 통해 특검을 출범시킨 정치권을 향한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검팀 박상융 특별검사보는 22일 오후 브리핑에서 “특검은 굳이 더 이상의 조사나 수사가 적절할 정도는 아니라고 봐 수사기한 연장 승인 신청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그간 진상규명 정도와 증거 수집을 비롯한 수사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며 “수사대상으로 규정된 사안에 대한 진상 및 수사상 처분 내용에 대해선 27일 오후에 밝힐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특검은 1차 수사 기간 60일이 만료되는 오는 25일에 수사를 종료한다.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포기는 역대 13개 특검 중 처음이다.

특검의 수사결과는 구속영장을 청구한 김 지사와 드루킹 최측근 도아무개 변호사 등을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에 대한 조사도 참고인 조사에 그친 만큼 피의자로 입건하는 일은 어려워 보인다. 특검은 김 전 지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송 비서관, 백 비서관에 대한 별다른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드루킹 김아무개씨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물증 없이 드루킹 진술에 의존한 수사…김경수 구속영장은 ‘맹탕’

그동안 특검팀의 수사는 드루킹 김씨의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해 왔다. 직접 물증 없이 김 지사를 김씨의 ‘공범’으로 입건하는 무리수도 택했다.

특히 김 지사의 신병을 확보하겠다며 청구한 구속영장은 특검의 수사 성과가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꼴이 됐다. 영장에 적시된 두 사람의 ‘공모’ 부분은 단 두 줄뿐이었으며, 객관적인 사실은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시사저널e가 확보한 김 지사에 대한 영장에 따르면 특검은 두 사람의 공모 부분에 대해 “(김 지사는) 2016년 11월 9일 경공모 사무실을 방문해 김씨로부터 자체적으로 개발해 운용할 킹크랩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듣고, 시연을 참관한 후 김씨에게 킹크랩 개발 및 운용을 허락했다”면서 “김씨와 함께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사이트 ‘대문 기사’ 중 정치 부분 뉴스 기사를 네티즌들이 많이 구독한다는 점에 착안해 자신들의 정치적인 의사에 따라 기사의 댓글 순위를 조작하기로 공모했다”라고 적시했다.

이는 ‘산채로 불리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김 지사에게 댓글 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시연해 보여줬고, 당시 김 지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댓글 조작을 승인했다’라는 김씨의 주장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했다. 두 사람의 공모를 증명할 직접 물증이나 객관적인 자료는 전혀 제시되지 않았다. 김 지사에 대한 영장은 법원에서 당연히 기각됐다.

김씨는 김 지사와의 대질조사에서도 수차례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대질조사 과정에서 김씨에게 ‘김 지사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를 청탁한 방법’ ‘킹크랩 시연 이후 김 지사로부터 회식비로 100만원을 받았다는 내용’ 등을 캐물었는데, 김씨는 기존 진술을 번복하거나 침묵했다.

김씨의 진술 번복은 초미의 관심사였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김 지사의 영장에 제외된 결정적인 이유로 꼽힌다. 

 

22일 오전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간사(왼쪽부터), 여상규 법사위원장, 자유한국당 김도읍 간사가 김도읍 간사가 제안한 '법사위 차원의 드루킹 특검 연장 촉구 성명' 채택 여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댓글 조작’ 본질보다 정치권 타깃…책임 소재도 정치권으로

애당초 드루킹 특검은 댓글 조작 사건 수사라는 본질보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흥정의 성격을 띄었다. 여야는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처리를 전제로 드루킹 특검 도입에 합의했다. ‘정치 특검’이라는 소리가 나온 배경이다.

당시 경찰 주도로 댓글 조작 사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정치권은 기다려주지 못했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의 브리핑 실수, 김 지사 등의 소환 지연 등이 특검 도입에 힘을 싣기도 했으나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6월 13일 시행)를 앞두고 정치적인 계산이 깔린 게 아니냐는 비판도 상당했다.

실제 수사도 댓글 조작 사건보다 정치권 인물들에 집중됐다. 고(故) 노회찬 의원, 송인배 비서관 등 특정 인물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가 많았고, 수사 후반엔 김 지사를 구속하기 위한 특검이 된 모양새였다. 결국 특검은 김 지사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이후 동력을 잃었다. 대규모 댓글 사태에 김씨 등이 얼마나 관여했는지, 경찰의 수사 은폐 및 미흡 정황은 규명되지 못했다.

박찬운 한양대학교 로스쿨 교수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수사를 해보니 별로 나온 게 없다고 해서 특검을 욕할 게 아니다. ‘깜냥’도 안 되는 사건을 특검으로 가게 한 정치권을 비난할 일”이라며 “특검은 할 일을 한 거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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