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투자위험 요소 공시 강화…보수적 회계처리 기업 부각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공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하반기 업종내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사진은 연구개발비를 모두 비용 처리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한양행 본사 전경 /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공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하반기 업종내 옥석가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투자위험 요소 공시를 강화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괄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에는 업체별로 상이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을 감안해 모범사례를 마련하기로 했다. 

 

증권가에서는 일단 그동안 제약·바이오 업종을 짓누르던 악재가 상당 부분 해소됐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4월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들의 연구개발비 자산화 비율이 높다는 지적 아래 회계 감리를 진행하면서 제약·바이오 상장사들의 불확실성이 확대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증시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는 2분기 이후 약세가 지속됐다. 금융당국에서 일괄적으로 연구개발비 자산화 처리를 규제할 경우 국내 업체 대부분의 실적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코스피 제약업종 지수는 고점 대비 18.4%나 하락했고 코스닥에서도 28.2%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3분기부터 제약·바이오 기업의 투자위험 요소 공시를 강화하는 방향을 선택하면서 업종내 불확실성은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와 관련해서 금융당국의 공식적인 지침이 내려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추가 불확실성 우려는 남지만 큰 고비는 넘겼다는 이야기다.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하반기부터 신약개발 관련 내용은 ‘연구개발활동’으로 집중 기재하게 될 전망이다. 성공시 급격한 수익 확대가 예상되는 라이선스 계약은 ‘경영상 주요계약’으로 기재하게 된다. 이 같은 내용은 손익계산서나 재무상태표에 직접 반영되는 사항이 아니고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으로 해석해야 하기 때문에 우려되던 내용과는 다르다.

 

투자자들은 업종내 옥석가리기에 박차를 가하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사실상 정보 부족으로 신약 개발 사항에 구체적 판단이 어려운 상황이었으나 판단한 근거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 동일 업종이라고 해도 기업별로 보다 보수적인 회계 처리를 선택한 기업의 경우 수익성이 다소 낮더라도 투자자 신뢰를 확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체 가운데 유한양행과 종근당, 신라젠, 제넥신 등 시가총액이 큰 대형 업체들은 이미 연구개발비를 모두 비용 처리하고 있다. 연구개발비 기준으로 국내 1위 한미약품은 해당 비용의 94%를 비용으로 분류했다. 

 

김태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아직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연구개발비 이슈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엔 이르지만 큰 고비는 넘겼다"며 "비용 부담으로 4년 연속 영업적자가 이어질 경우 관리종목에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남지만 대부분의 바이오 업체는 기술 특례 상장 기업이라 해당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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