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염두에 둔 ‘ICT 50% 기준’, 내용 모순 논란에 합의 ‘난항’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의 인터넷 전문은행 현재와 미래에 대한 발표를 듣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안의 예외 조항으로 난항을 겪었던 ‘카카오’표 은산분리 완화가 순항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ICT(정보통신기술)산업 규모가 50% 이상인 산업자본은 자산 10조 이상이더라도 인터넷은행 지분 확대 보유를 허용한다'는 예외 적용안에 대해 국회에서도 여전히 이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ICT 산업을 규정하는 기준에도 논란이 일며  ‘카카오 끼어맞추기’ 규제 완화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어, 향후 변수로 지적된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여당은 구체적인 은산분리 완화안을 내놓기 위해 아직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ICT 관련 기준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인터넷은행 특레법안에 대해 “특례법은 의총에서 나온 의견을 듣고 제도적 장치를 보완해서 추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은산분리 완화 관련 법안을 논의했다.

◇카카오 위한 금융위의 절충안 ‘ICT 50%’, 이견 여전…국회 합의가 변수

법안 내용이 확정되지 못한 주된 원인에는 카카오가 있다. 앞서 카카오는 은산분리 완화에도 카카오뱅크 지분을 늘릴 수 없는 위기에 처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안에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완화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탓이다. 은산분리 완화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함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자산 10조원이 넘는 기업집단을 의미한다.

카카오의 경우 김범수 의장이 총수로 분류되며, 현재 8조5000억원 정도인 자산이 빠른 시일 내에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카카오뱅크 대주주 역할을 해야 할 카카오가 완화 대상에서 제외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따라서 금융위는 카카오를 염두에 두고, 자산 10조 기업 중 ICT 사업 비중이 50%가 넘는 곳에 한해 인터넷 은행에 대한 은산 분리 규제를 완화하자는 절충안을 내놨다. 일명 ‘ICT 50% 기준’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자산 기준 ICT 비중이 약 68%에 달하는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확대 보유할 수 있게 된다.

이 기준에 대한 국회 합의가 카카오의 운명을 가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여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민주당 의총에선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는 25~34%로 어느 정도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ICT 50% 기준에 대해선 완전한 결론이 나지 못했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 등 몇몇 의원들이 의총에서 산업자본을 ICT 기업에 한할 경우 삼성전자 등 대기업도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다며 지적한 사실도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회 합의의 1차 변수는 오는 24일 열리는 법안심사소위원회가 될 전망이다. 이번 법안소위 구성원에 이학영 의원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정무위는 이번 법안소위에서 정재호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인터넷은행 특례법안’을 1호 검토안으로 다루기로 했는데, 소위원회는 만장일치로 결정되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반대 의견을 내면 법안 통과가 힘들다.

이 의원은 지난 20일 트위터에 “금융산업 혁신을 위해 은산분리원칙을 깨고 ICT산업자본에게는 지분보유한도 없이 허용하자고 한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손싑게, 빠르게, 편리하게 돈을 많이 빌려주었다 하자. 결과는 국민들의 부채규모를 빠르게 증가시켜 줄 뿐이다”라며 ICT 기준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ICT 기준 자체도 모순”, 논란 넘어서야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경제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은산분리 규제 완화 법안' 처리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또한 ICT 50% 기준에 대해 ‘카카오에 끼어맞추기 위한’ 규제 완화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벗어나는 것이 카카오표 은산분리 완화의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ICT 규모가 50% 이상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도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국회 일부에선 ICT 산업의 기준을 통계청 표준산업분류 상 정보통신기술업으로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21일 국회 정무위에서 “인터넷은행을 운영하는데 특장점을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업, 정보통신업 위주로 운영하는 업체는 예외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해당 의견에 힘을 보탰다. 이 경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반도체는 제조업으로 분류돼 ICT 산업에서 빠지게 된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업도 신문·방송·영화·게임 등 다양한 산업을 포함하고 있어, 해당 기준이 자가당착이라는 논란이 제기된다. 넥슨, 넷마블 등 자산이 5조원을 훌쩍 넘는 다른 대기업 역시 이에 해당될 수 있어서다. 카카오를 위해 예외를 만들다보니 법안에 모순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에 카카오표 은산분리 완화가 순항하기 위해선 해당 지적 역시 극복해야 한다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은산분리 규제완화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ICT 50% 기준이 카카오를 위한 결정이라고 질타했다. 추 의원은 정보통신기술업에 신문, 방송 등이 포함돼 있음을 지적하며 “이대로라면 TV조선은행도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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