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화 테이블 개입 본격화…“한반도 평화체제 위한 모멘텀 형성 기대”도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문재인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의 4차 방북설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내달 방북 가능성이 제기됐다. 한·미·중 3국이 북한에 잇따라 방문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핵심 의제인 비핵화, 종전선언 이해관계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북한은 북미 양자 협상으로 진행되던 비핵화 협상 및 종전선언 논의의 판을 ‘남·북·미·중’으로 확장하기 위한 본격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북한 발 남북·북중·북미 정상회담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는 것 역시 이 같은 행보를 뒷받침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번 네 번째 방북은 6·12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미 간 후속협상에 의미있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놓고 대립각을 세워온 북미가 물밑 조율을 거쳐 상당 수준의 접점을 찾았다는 신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볼턴 보좌관은 “김 위원장이 1년 내 비핵화 시간표를 약속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의 확실한 초기 조치 이행을 강조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지난달 3차 평양 방문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못해 이른바 ‘빈손 방북’ 논란에 휩싸였던 만큼, 이번 방북은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의 회동을 사전 확약 받은 뒤에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자리에서 북미는 양측 사이에 교착상태를 보이는 비핵화와 종전선언에 대한 빅딜이 모색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북한은 미국 요구대로 실질적인 비핵화 초기 조치에 나서고, 미국은 북한이 희망하는 종전선언에 응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협상의 새 돌파구를 찾기 위해 중국을 지렛대로 삼고 있다. 또 11월 전 비핵화 협상에서 성과를 원하는 미국의 상황을 전략적으로 이용해 비핵화 협상의 새 활로를 뚫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내부에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9월 9일 방북’이 확정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시 주석 방북이 가시화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 주석이 국가 주석으로 취임한 이후 첫 방북이 성사된다면 북핵 문제에 있어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3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세 차례 중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는 급속도로 개선됐다. 또 중국의 이번 방북은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북미간 핵협상도 교착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시기적인 특수성 때문에 방북 성사 여부에 주목된다.

중국은 과거 북중 간 혈맹관계를 중요시해왔기 때문에 비핵화 협상에서 중국 주도권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북한은 미국과 비핵화 협상이 교착 국면에 빠질 경우 중국을 카드로 내세워 협상에 나설 수 있다.

반면 미국은 시 주석의 내달 평양 방문설에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다시 탄력을 받게 됐지만, 시 주석의 평양 방문이 현실화될 경우 북중 간 밀착 관계가 변수로 떠올라 비핵화 협상이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 국무부는 19일(현지시간)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타협점을 찾기로 한 북미관계가 시 주석의 방북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경계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협상에 진중하게 임할 수 있도록 중국이 고유한 지렛대를 사용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 가능성이 제기된 데 이어 시 주석이 방북해 9·9절에 김 위원장을 만난다면, 북한은 북미 협상 테이블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다.

중국의 행보와 함께 북한은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통해 지난 18일 종전선언을 ‘정치적 선언’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향후 종전선언 논의에 대해 북한이 적극적으로 중국의 개입을 유도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 정전협정의 당사자로서 종전선언 논의에 적극 개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은 종전선언 논의를 다자간 협상으로 확대하는 것에 대해 입장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표면적으로 종전선언 논의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후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론 종전선언의 수준을 어느 정도 가져가야 하는 지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 입장에선 중국의 개입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향후 전개될 종전선언 논의가 비핵화 협상의 보상조치로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과 중국이 먼저 종전선언 논의를 한다면 미국의 셈법은 복잡해질 수 있다. 또 정치적 종전선언에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의 참여를 막을 수 없고 향후 평화협정 체결에 있어 중국의 개입을 허락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시진핑 주석이 방북하는 데는 두가지 메시지가 담겨있다. 첫 번째는 김정은 위원장이 세 차례 방중한 데 답방 차원이며, 두 번째는 미중관계에서 앞으로 북핵문제에서 중간 변수가 생길 경우 북한 비핵화를 유도할 수 있는 강력한 동지로 미국과 한국에 각인하고 싶은 것이다”며 “시 주석과 문재인 대통령의 평양 방문은 사실상 북한과 미국이 평화체제와 비핵화 문제를 놓고 가장 큰 이른바 ‘행동 대 행동’을 옮길 수 있는 결정적 모멘텀을 만들고 있으며 어느정도 교감이 형성돼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엔 과한 요구를 내비쳐 판을 깰 가능성 보다는 한미 정상이 만나기 전 중국이 북한에 힘을 쏟아주고 문 대통령이 이 내용을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 및 조율해 종전선언으로 이어갈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생각보다 비핵화, 종전선언 협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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