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계획 돕는 의사소통 기능…적용 분야 점차 확대

네이버랩스가 자녀의 위치 확인과 알림 기능에 특화된 키즈폰 ‘아키(AKI)’의 기능 업데이트를 2차에 걸쳐 진행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 사진=네이버

# A씨는 외출을 앞두고 초조해졌다. 곧 자녀가 하교할 시간이어서 데리러 가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는 스마트폰을 붙잡고 계속해서 지도를 확인했다. 피자를 시켰는데 배달원이 집 가까이 도착해서다. 딸의 생일이어서 집에서 생일파티를 해주기로 해 딸이 평소 좋아하던 피자를 시켰다. 게다가 딸의 선물로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신발을 주문했는데, 이 택배 배달원 역시 곧 도착하는 것으로 표시됐다.

A씨는 키즈폰을 통해 딸에게 연락해 택배와 음식을 받고 갈 테니 친구들과 함께 큰길까지 나오라고 부탁했다. 피자와 택배를 받은 A씨는 키즈폰을 통해 자녀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해 자녀와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이 모든 게 실시간 위치 서비스 덕분이었다.

실시간 위치 서비스가 다양한 분야와 만나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시간 위치 서비스는 단순히 상세 정보를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용자의 예측과 계획까지 도와주는 의사소통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A씨 경우만 봐도 실시간 위치 서비스가 없었다면 하교 시간에 맞춰 자녀를 데리러 떠났을 것으로 예상되고, 결국 빈집에 피자와 택배가 남겨질 가능성이 높다. 실시간 위치를 알 수 있었기에 유연하게 조정이 가능했던 것이다.

최근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위해 키즈폰을 구매하는 이들이 많다. 일반 스마트폰을 사주자니 유해 콘텐츠에 노출되거나 중독되기 십상이어서 적당히 필요한 기능만 쓰도록 하는 키즈폰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 키즈폰에서 가장 유용한 기능은 위치 서비스다. 자녀의 위치는 물론 자녀가 걷는 길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흉흉한 세상에서 부모의 마음을 달래주는 역할까지 하고 있다.

폭염에 아동이 어리이집 차량에 갇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이런 실시간 위치 서비스의 무게는 더욱 무거워졌다.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인 비콘을 활용해 근거리에 있는 단말기나 스마트폰 위치로 아동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 도입을 검토되고 있다. 비콘을 활용하면 통학버스 탑승과 하차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차량의 이동 속도와 위치도 알 수 있다.

실시간 위치 서비스는 노인들에게도 해당된다. 경찰청은 지난 7월 치매 노인 4000명에게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가 탑재돼 쉽게 현재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배회감지기를 무상 보급했다. 오는 10월 31일까지 친매 노인 실종 신고 내역 등을 토대로 배회감지기가 필요한 노인들을 더 선정해 기기를 지급할 계획이다. 경찰은 앞서 치매 노인 6000명에게 배회감지기를 배포한 결과 배회감지기를 받은 노인 중 25명이 실종됐으나 전원 발견됐으며 실종자를 발견하기까지 걸린 평균 시간은 1.2시간으로 전체 실종 치매 노인 발견 평균 소요시간인 11.8시간보다 훨씬 짧았다고 밝혔다.

물건의 도난에도 실시간 위치는 요긴하게 쓰인다. KT는 리콘하이테크와 사물인터넷(IoT) 기반으로 분실·도난된 위치 확인이 가능한 전기자전거 ‘에어아이’를 지난 6월 출시했다. 그동안 분실되거나 도난되는 자전거가 많았는데, 이 자전거는 이동체에 내장된 사물인터넷 모듈을 LTE-M 네트워크와 연동해 실시간 위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만약 분실됐을 경우 원격으로 전원을 제어해 자전거가 재판매 되는 것을 방지한다. 자전거뿐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 스마트폰의 위치와 가족, 친구의 위치를 찾는 서비스는 이미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다.

배달 서비스에서도 실시간 위치 서비스는 꼭 필요하다. SK브로드밴드는 도미노피자에 맞춤형 IoT망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배달 상황을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배달원이 지닌 휴대용 단말기가 매장 내 주문 시스템과 연동돼 피자 배달이 시작되면 실시간 위치가 SK텔레콤의 IoT 전용망 로라를 통해서 빠르게 공유된다.

주문자는 도미노피자 홈페이지와 모바일 웹, 앱을 통해 배달원의 실시간 위치와 도착 예정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배달앱 우버이츠 역시 라이더의 실시간 위치를 통해 고객인 안심하고 배달음식을 받을 수 있도록 서비스하고 있다. 예상 시간과 위치를 알게 되면 막연한 기다림 대신 잠깐 집을 비우고 볼일을 보는 등 대기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이미 한진택배는 지난 2016년부터 실시간 배송원 위치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한 이들은 기대 이상의 만족감을 표현했다.

 

이 서비스를 사용한 정아무개씨(27)는 “늘 빠른 배송만을 바랐었는데 배송원에게 할당된 택배 개수와 동선을 보다보니 참 힘드시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며 “음식 등 여름에 상하기 쉬운 식재료 택배를 받을 때면 난감할 때가 있었는데 배달원 위치를 봐가면서 집에 도착하면 돼서 아주 유용했다. 배달원과 직접적인 연락을 하지 않았지만 실시간 위치 정보를 통해 의사소통하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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