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들, 딜리 서빙 기다려…사람처럼 대하며 말 걸고 쪽지 주고

14일 우아한형제들 서빙로봇 딜리가 피자헛 목동 중앙점 패스트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고 있다. / 촬영=변소인 기자, 편집=노성윤 영상기자
“딜리가 서빙해주면 좋겠다.”
피자보다 로봇을 더 기다리던 한 초등학생이 말했다. 점원이 주문한 피자를 직접 들고 오자 이 학생은 “아 다른데 앉을 걸”하며 서운함을 표현했다.

딜리 플레이트(이하 딜리)는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한국피자헛과 손잡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인 레스토랑 서빙 로봇이다. 14일 딜리가 근무하고 있는 피자헛 목동 중앙점 패스트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을 찾았다.

14일 우아한형제들 서빙로봇 딜리가 피자헛 목동 중앙점 패스트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서빙을 하고 있다. 고객들이 딜리의 서빙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 사진=변소인 기자
매장을 들어서자마자 딜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지만 연예인이 매장에 방문한 양 고객들의 시선이 한곳에 몰려있었다. 깔끔한 디자인에 곡선형 몸매를 가진 딜리는 호감을 자아냈다. 흰색과 검정색의 조화로 세련된 가전의 느낌도 물씬 들었다.

얼굴과 팔이 없는 딜리지만 이를 대하는 고객들의 태도는 사람을 대할 때처럼 친근했다. 딜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것은 물론 따라가서 말을 걸고 심지어 쪽지를 주고 떠나는 이들도 있다고 한다. 상호작용이 딱히 없음에도 딜리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 이들 가운데 10대, 20대들은 어김없이 딜리에게 눈길을 주고 있었다. 그러다 딜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사진을 찍고 동영상 촬영을 하며 딜리에게 서빙 받는 테이블을 부러운 눈초리로 바라봤다. 딜리의 진로를 방해할까 우려해 황급히 의자를 치워주거나 자리를 비켜주기도 했다.

딜리가 서빙하는 테이블은 정해져 있었다. 테이블 간격이 좁은 곳은 혼잡 우려로 제외됐다. 달리는 장애물이 있으면 멈춰서기 때문이다. 딜리는 다니기 편한 넓은 곳에 위치한 테이블만 서빙 대상으로 삼았다. 달리는 점원이 테이블 번호를 입력하면 해당 테이블에 음식을 들고 가서 “맛있게 드세요”라는 인사를 건넸다.

로봇이 뜨거운 피자를 전달한다는 것에 대해 막연한 궁금증만 안고 갔는데 실제로 서빙을 받아보니 더 안정적이었다. 딜리는 쟁반을 놓을 수 있는 평평한 판을 갖고 있고 정해진 속도로 주행한다. 따라서 넘어지거나 떨어뜨릴 위험이 거의 없다. 힘이 달리거나 뜨거움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서빙하는 것보다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다만 그릇을 회수하지는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자율 주행이 가능한 딜리가 먹고 난 그릇까지 치워주면 점원들의 일이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갓 나온 음식을 서빙하는 것보다 다 먹고 난 그릇을 빨리 치우는 일이 더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장년 여성들은 다 마신 맥주병을 딜리 위에 올리기도 했다고 한다.

젊은 층의 관심과 달리 중장년층의 반응은 의연했다. 예고 없이 달려온 딜리에게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눈치를 주고받듯 자연스럽게 딜리가 배달한 음식을 들어 식탁으로 옮겼다. 처음 이용하는 것임에도 전혀 이질감이 들지 않아 인상적이었다.

고객들 눈에는 이목집중 대상인 딜리가 점원들에게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 중 하나일 뿐이었다. 딜리가 매장에 온 첫날에는 점원들이 사용을 꺼렸다. 하지만 딜리와 같이 일하며 편리함을 알게 되면서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딜리는 배달의민족이 투자한 미국 실리콘밸리의 로봇 기술 기업 ‘베어로보틱스’가 개발했다. 현재 베어로보틱스 직원은 딜리가 근무하는 매장에 상주하며 딜리를 살펴보고 있다. 딜리는 2D-라이더와 3D 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해 센티미터 단위의 정교한 주행을 하고 있다. 현재 1회 충전으로 최대 8시간 지속 주행이 가능하다.

앞으로 딜리는 자동 충전이 가능하도록 개선될 예정이다. 로봇청소기가 충전기로 자동으로 돌아가 결합한 뒤 충전을 하듯 딜리도 자동도킹과 자동충전 기능을 도입할 계획이다. 또 현재는 하나의 쟁반만 운반이 가능한데 여러 쟁반을 옮길 수 있도록 진화할 전망이다.

개선을 거쳐 우아한형제들은 향후 패밀리 레스토랑과 일반 음식점에서 딜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상용화할 방침이다. 기술은 어느 정도 안정성을 확보했기 때문에 상용화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우아한형제들은 내다봤다.

학생들이 “딜리야, 잘있어. 나 또 올게”라는 인사를 남기고 떠났지만 딜리는 오는 19일까지만 시범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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