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협, 사측 제시 무급휴직에 강력 반발…정식 노조 결성 가능성도 시사

 

16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이 1차 집회를 열고 상경투쟁을 벌였다. / 사진=김성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한테 한마디 하겠다. 이재용은 삼성중공업 노동자들 3년치 임금을 해결하라.”(하정길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부위원장)

 

삼성중공업 노사가 3년째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임금 협상 갈등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까지 번지고 있다. 노동자협의회(이하 노협)는 이번 갈등 해결 열쇠를 쥔 장본인을 이 부회장이라고 판단하고, 이 부회장에게 노동자들 쥐어짜기를 중단하고 밀린 임금을 지불하라고 촉구했다. 임금협상이 지지부진할 경우 노조결성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16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이 1차 집회를 열고 상경투쟁을 벌였다. 집회 규모는 약 100여명으로, 앞서 이들은 오전 630분에 거제에서 서울로 올라와 출퇴근 선전전에 나섰다.

 

삼성중공업 노사는 지난 2016년 협상테이블을 마련한 이후 햇수로 3년 째 임금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 노사가 지난해 첨예한 갈등을 빚는 와중에도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하 부위원장은 이날 집회 현장에서 “201692911차 협상에서 결렬 선언으로 사측 자구안 45가지 중 14가지를 일방적으로 강제 시행했다. 2017117일 임금 재협상을 시작으로 916일 통합 14차에서 잠정 중단됐다. 이어 임금협상 3년 치를 회사에 2018년도로 이관했다협상만 무려 68회나 했다. 그런데 3년 동안 서로 마주보고 쌓은 신뢰와 믿음이 무너지려 한다. 우리에게 또다시 고통분담을 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노협은 최근 회사가 제시한 무급휴직에 대해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회사가 어려운 점을 이해하고 10% 임금 반납 등 고통분담에 동참했지만, 무급휴직은 너무하다는 입장이다. 하 부위원장은 이미 지난해 11월부터 올 6월까지 근로자 3000여명이 번갈아 유급휴직을 했다. 연차도 모두 소진하라고 해서 다 썼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체 근로자 1만명을 대상으로 한 달간 무급휴직을 하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삼성중공업 노사의 임금 협상 진행이 더디게 이뤄지며 정식 노동조합 결성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은 현재 노동자협의회를 구성하고 있는데, 일반 노조와는 달리 노동 3(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법적으로 노동 3권을 확보해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하 부위원장은 노조 설립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노조 설립 관련해서 준비는 이미 다됐다앞으로 협상 추이를 지켜보면서 관련 사안을 진행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날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열린 집회에는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참여해 연대발언을 했다. 이 부위원장은 삼성의 노조 탄압은 증권가 찌라시가 아니라 실제 사실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서비스지회가 맞서 싸웠다고 말해 삼성중공업 노조 설립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삼성중공업 노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제 임금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는 인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삼성중공업의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최대주주인 데다가,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이 임금 협상 관련해서 실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다는 평이 많다.

 

이상진 부위원장 역시 연대발언에서 얼마 전까지 강남역 출구 앞에 2년 넘게 삼성전자 직업병으로 투쟁하던 분들이 삼성과 합의에 성공했다이재용 승인이 없었다면 그 투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자들은 조속한 임금협상 타결을 바라고 있지만 삼성중공업 역시 사정이 여의치가 않다.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으로 일감이 계속해서 주는 탓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총 29억달러를 수주해, 올해 목표로 세운 82억달러의 35%를 채우는 데 그쳤다. 실적은 더욱 악화했다. 2분기 100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206억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 적자로 돌아섰다. 전 분기(478억원 영업손실)과 비교해서도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이에 따라 회사는 현재 무급휴직과 함께 기본급 동결, 학자금 지원 조정 등을 제시하고 있지만, 노협은 무급휴직 반대와 함께 기본급 5.1% 인상, 희망퇴직 위로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무급휴직은 회사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기간을 정해서 추진한다는 건 아니다. 노동자협의회와 협의를 통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노협의 노조 설립 가능성에 대해서는 관여할 사안이 아니다고 짧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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