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측 “사업 대부분 유로화로 계약, 영향 적을 것”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터키 리라화가 폭락하면서 국내에서는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수은이 받는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수은의 터키 익스포저는 13억7000만달러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금융기관의 터키 익스포저가 지난 3월 말 기준 12억2000만달러였던 것을 고려하면, 현재 익스포저 대부분은 수은으로부터 비롯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수은이 리라화 위기의 영향권 내에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수은이 리라화 폭락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수은은 현재 터키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전대금융 등 사업을 중점적으로 벌이고 있다. 수은이 터키 익스포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사업은 유로화, 달러화 등 기축통화로 거래한 경우가 많아 리라화 폭락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먼저 개발이 대부분인 PF사업은 처음부터 유로화를 기반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개발 후 터키 정부에 이관되는 경우가 많아 리라화 폭락의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수은은 SK건설과 대림산업이 현수교를 건설하는 터키 차나칼레 프로젝트,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터키 종합병원 건설사업 등 여러 터키 PF사업에 자금을 조달했다.

그 중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인 차나칼레 프로젝트는 자금조달과 융통 모두 유로화를 기준으로 한다. 건설이 완료되면 터키 정부에 이관되는 민관협력사업이므로 채무 불이행 위험도 적은 편이다. 차나칼레 프로젝트 총 사업비는 31억유로(한화 약 3조9800억원)로, 수은은 그 중 대출 3억유로, 보증 3억유로 등 총 6억유로를 제공했다.

삼성물산 병원 건설 사업 역시 공사 수금을 유로화로 하며 환헤지(환율 변동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없애고자 환율을 미리 고정해 두는 것)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수은은 이 사업에 1억4000만유로를 지원했다.

반면 전대금융은 정부가 아닌 기업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리라화 폭락 영향을 간접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현지 진출 기업의 경우 리라화 위기로 촉발된 터키 금융불안을 겪을 수 있는 탓이다. 전대금융은 수은이 해외 현지 은행과 계약을 맺고 자금을 대면, 현지 은행이 해당 국가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것을 말한다.

터키가 수은이 전대금융 상품을 내놓은 주요 국가들 중 하나라는 점도 이러한 의견에 힘을 보탰다. 수은은 AK은행 등 터키 금융기관 4곳에서 전대금융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6곳인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융기관 수다. 대출 한도도 6억 달러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높은 편이다. 수은 관계자는 “전대금융의 경우, 터키 현지 은행을 통해 다양한 기업에 대출을 제공한 상태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전대금융으로 촉발될 수 있는 위기에 대해 그는 “전대금융 역시 현지통화로 대출이 나간 경우가 많지 않아 리라화 폭락으로 큰 위기를 겪을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어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에 대출을 할 때도 보통 달러화, 유로화 등 기축통화로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간접적인 영향은 있을 수 있기에 수은은 현재 리라화 위기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다. 수은 관계자는 “기업 여신을 총괄하는 부서에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내부 방침으로 인해 현재 대응 전략을 상세히 밝힐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출 회수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리라화 폭락이 악재로 예상되면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일 뿐, 회수의 근거가 정확히 나온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수은은 지난 2015년 그리스발 금융 위기 때도 국내 금융기관의 그리스 익스포저 대부분을 차지한 바 있다. 그리스 해운사가 국내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할 때 수출입은행으로부터 선박금융 대출을 받으면서다. 하지만 이 대출 역시 건조가 완료될 선박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채무 불이행 가능성이 낮았다. 때문에 특별한 전략을 짜지 않아도 손실이 거의 없었다. 수은 관계자는 “그리스 사태 때도 수은이 영향 받은 바가 크지 않았고, 손실이 별로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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