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이라 해도 공적 아닌 사적 영역에 대한 악플 무조건 감당해야 할 의무 있다고 보기 힘들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자신과 관련된 인터넷 기사에 악의적인 댓글을 달아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모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14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직접 증인으로 출석한 이후 악플러와 최 회장의 법적 분쟁에 더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조계에선 최 회장이 비록 공인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사안의 특성상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14일 자신과 동거인에 대해 악성 댓글을 단 혐의로 기소된 한 60대 여성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재판은 비공개로 1시간가량 진행됐는데, 이 자리에서 최 회장은 허위 댓글로 인해 자신은 물론 가족들이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선 최 회장이 직접 재판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해명에 임한 것 자체를 드문 사례로 받아들이고 있다. 형사재판 증인은 참석해야 하지만 이렇게 회피 없이 적극적으로 재판에 나온 것은 이례적이란 분석이다. 자신의 입장을 적극 설명하고 괜히 피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한 결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대기업 회장과 네티즌의 악플 관련 소송에서 최 회장이 불리한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내놓는다. 최 회장은 공인인 만큼 단순 네티즌 댓글을 어느 정도 감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특히 최 회장의 재판은 최근 있었던 강용석 변호사 재판과 비교된다. 강 변호사가 자신을 비방한 네티즌에게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한 것에 비춰볼 때, 최 회장도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다. 당시 재판부는 “대중적 신뢰를 저버리는 언행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의 비난과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상존하고 강용석 변호사도 경멸적 표현을 어느 정도 감내해야 할 위치에 있었다”며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허나 법조계는 최 회장 재판의 경우 승소를 기대할 수 있는 포인트가 있다는 분석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최태원 회장이 공인이긴 하나 해당 댓글은 최 회장의 공적 영역과는 전혀 상관없는 사적인 부분”이라며 “최 회장이 공인이라고 해도 사적인 영역에서까지 비난을 감당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점, 악플 수위 등을 비춰봤을 때 공인인 최 회장에게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재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강용석 변호사 사례와 비교하는데 최 회장은 본인이 내연녀가 있음을 스스로 발표했고 결백을 주장하거나 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회장에겐 오히려 노소영 아트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이 더욱 쉽지 않은 재판이라는 분석이다. 최 회장이 이혼하려면 법원이 파탄주의(이혼 소송 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를 따지지 않고 이혼을 인정해주는 원칙) 판결을 내려야 하는데, 한국 법원은 그동안 유책주의(가정생활 파탄에 책임이 있는 이의 이혼 청구를 받아들여주지 않는 원칙)를 택해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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