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 믿으면 ‘호갱대접’ … 소송해도 이길 가능성 없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지 말아야 할 시대에 접어들었다. 기업만 믿고 투자를 하거나 물품을 구매하면 낭패를 당하기 쉽다. 특히 내 집 마련을 꿈꾸는 무주택자들이 대형 건설사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사회는 소비자를 '호갱(호구와 고객의 합성어)'으로 정의한다. 설사 건설업자가 온갖 미사여구로 소비자를 현혹시키더라도 말이다.

사례를 하나씩 살펴보자. 지난 2015년 10월에 분양한 대림산업의 ‘e편한세상 용인 한숲시티’는 역대 최대 규모의 단일 분양단지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분양광고 당시 명시됐던 학교와 도로 등의 기반시설이 입주완료 시기가 다가옴에도 갖춰지지 않아 주민들은 크게 반발했다.

입주민들은 온라인 입주자 카페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항의 글을 올렸지만 시공사인 대림산업은 홍보 당시 기반시설이 올해 준공될 예정이라고 했지 확정지어 홍보하지 않았다며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입주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극대화를 위해 관리 감독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 기업의 태도로서는 지극히 무책임한 자세가 아닐 수 없다.

부산 오륙도SK뷰 아파트 입주민들은 지난 2007년 광고 했던 해양공원, 직선도로, 경전철 등이 갖춰지지 않아 피해를 봤다며 시공사인 SK건설과 시행사인 무송종합엔지니어링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냈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지난 2017년 대법원은 시행사와 시공사의 허위 광고 사실을 일부 인정해 입주민 641명에게 세대당 3~5%씩 원금 72억원(이자 포함 120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오륙도SK뷰 입주민들은 보상을 받았지만 보통 허위·과장 광고 피해가 발생해도 대형 건설사를 상대로 소송에서 이길 가망성은 크지 않다. 승소를 하더라도 일부만 손해 배상을 받을 수 있거나 패소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이에 부동산 전문가와 업계 관계자들은 허위 과장 광고로 인한 피해의 경우 구제가 쉽지 않아 입주자들의 주의를 요구했다. 그들은 입주예정자들에게 광고 내용을 맹신하지 말고 향후 분쟁 발생에 대비해 현장 방문, 관활 관청 문의 등 사전에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설사가 분양광고 당시 학교설립 등을 홍보해도 지자체가 여러 요인을 보고 결정하기 때문에 시설 설립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수도 있어서다. 또한 대형 건설사들은 광고를 할 때 사내 법무팀의 조언을 받아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아파트 계약을 할 때 건설사가 분양 당시 했던 약속들이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차라리 소비자가 위험요소를 판단할 수 있도록 건설사가 사전에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는게 더 빠를 것 같다. 사업 무산 가능성 등 가장 중요한 정보를 잘 보이지도 않게 작은 글씨로 작성해놓는 전략은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는 뜻이다.

현재 법은 소비자에게 꼼꼼히 따져보고 계약을 하라고 말한다. 물론 소비자들도 철저히 시장을 분석하고 조사를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다만 단순한 이익을 위해 갈수록 교묘해지고 진화하는 기업의 수법을 소비자들이 따라가기에는역부족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