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타트업의 합종연횡과 Ecosystem Play…생존과 성장 위해서는 파트너십, 다른 기업과의 연대 필수


한국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스타트업의 경우, 중국 진출에도 자신감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중국시장에서 더 잘 통할 것 같은 사업 모델들도 몇몇 있다. 


비즈니스 모델이 괜찮다고 판단되는 경우, 필자는 해당 스타트업의 대표에게 “중국 사업 관련 어떤 파트너(혹은 어떤 플랫폼과)와 이야기 중이신지?”라고 질문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는 대표는 많지 않다. 많은 경우 “파트너가 필요한가요? 사기 당할 것 같고, 이윤이 적어질 것 같아서 혼자서 하려고 한다”고 답한다.

‘파트너 십’이나 ‘다른 기업과의 연대’는 사실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그렇게 익숙한 개념이 아니다. 시장 규모가 비교적 작고, 참여자가 많지 않은 것 등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다르다. 전국 시대의 ‘합종연횡’과 같은 상황이 지금 스타트업 생태계 속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스타트업 스스로도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태계 참여자(Ecosystem Play)를 사업의 기본으로 생각하고 있다.

중국시장에서 세계 최강의 모빌리티 기업 우버(Uber)를 이겨낸 것으로 유명해진 알려진 스타트업 디디추싱(Didi-Chuxing)의 성장 과정은 ‘합종연횡’을 잘 활용한 대표적인 케이스다.

원래 디디추싱은 2개의 회사였다. 텐센트(Tencent)가 투자한 디디(Didi), 알리바바가 투자한 콰이디(Kuaidi)가 바로 그것이었다. 이 두 회사는 2014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내 모빌리티 서비스의 패권자가 되기 위해 서로를 꺾기 위한 치킨게임을 벌였다.

그런데 2014년 6월 우버가 중국에 정식으로 진입하자, 갑자기 두 회사는 돌연 태도를 바꿔 2015년 2월 합병이라는 상상을 초월한 선택을 한다(합병 후 디디(Didi)의 명칭은 디디-콰이디(Didi-Kuaidi)였으며, 후에 우버 차이나를 합병 한 후 디디추싱(Didi-Chuxing)으로 재개명 했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있었다는 등 투자사들의 담합이 있었다는 둥 다양한 소문이 무성했지만, 어쨌건 당시 양사의 합병선언은 단순한 스타트업 간 합병의 의미를 훨씬 뛰어넘는 상상을 초월하는 시너지를 만들어 냈다.

양사에 투자하는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자신들의 플랫폼에 디디-콰이디(Didi-Kuaidi)를 공동으로 우선 배치하면서 디디-콰이디(Didi-kuaidi)는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서비스 접근성을 확보 할 수 있었다. 또 충분한 자금 지원 하에 다양한 프로모션을 활용한 치킨게임을 지속 할 수 있었다. 정부 정책 변화 대응 측면에서도 Didi는 경쟁사 대비 훨씬 기민한 움직임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종국에는 이러한 디디-콰이디(Didi-Kuaidi)의 변신이 우버를 패주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된다.

기억해야 할 것은 디디추싱과 같은 케이스가 중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아주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중국 Tech 신문을 보면 스타트 업이 ICT 대기업에 투자를 받고, 전략 파트너십을 맺으며, 스타트 업 간에 합병을 하는 등의 일이 하루가 멀다 하고 마주할 수 있다. ‘합종연횡’은 중국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필연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텐센트가 운영하는 메신저 위챗의 월간 Active 이용자수가 10억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11일 하루간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이용한 거래액이 총 253억 USD에 이른다. 이러한 거대 ICT Player들과 Ecosystem을 공유하는 기업과 그렇지 못하는 기업, 그 성장 가능성의 차이는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유니콘들, 샤오미 (중국 IoT의 선도 회사, 2018년 7월 기준 시가총액 약 80조, 텐센트 투자), 메이퇀 디앤핑 (중국판 배달의 민족, 시가총액 30조 추정, 텐센트 투자), 앤트 파이낸셜 (핀테크 회사, 시가총액 75조 추정, 알리바바 투자), 등 대다수가 텐센트, 알리바바 ‘계파’라고 불리는 회사들이다.

‘중국에서 성냥 하나씩만 팔아도 13억개다. 중국에 가면 많이 벌 수 있다.’ 아직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중국 시장에 대해 가지고 있는 막연한 로망이다. 필자는 그 로망 자체를 꺾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그러한 스타트업들에게 ‘이미 성냥을 팔고 있는 사람이 있으며, 그 성냥을 파는 기업이 수십 조 시가총액의 평가를 받는 압도적인 플랫폼을 가진 기업이거나 혹은 그러한 파트너를 가진 기업’ 일 수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싶은 것이다. 

 

이미 시장을 점령한 거대 사업자가 있는 상황이라면, 한국의 일개 스타트 업이 중국 시장을 혼자 힘으로 뚫고 들어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친구를 찾아야 한다. 그것도 찾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중국 친구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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