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등 규제완화 조치 ‘친기업 정책’ 우려…범여권 정당 반대 목소리

문재인정부가 규제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의료기기 규제혁신과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 등에 현장 방문 행보를 포함해 전면에 나서 규제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와 함께 문재인정부 3대 경제기조의 하나인 ‘혁신성장’에 물꼬를 틀기 위한 작업이다. 특히 최근 경제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를 통한 혁신성장으로 돌파구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개혁 드라이브는 예상치 못한 반발에 부딪힌 모양새다. 의료기기 규제혁신,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 등 사안에 대해 문 대통령의 지지층에서 비판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또 현 정부와 정책 노선에서 결을 같이 해온, 범(汎)여권인 정의당‧민주평화당 등 야당들도 이들 사안에 대해서는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청와대를 포함한 정부는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설득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반발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어 문 대통령이 직접 설득작업에 나서 진화작업에 나서야 하지 않겠냐는 목소리가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오후 서울시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카카오 뱅크에서 전·월세 보증금을 대출받는 과정을 체험한 뒤 질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J노믹스 중심축 ‘규제개혁’으로 이동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이른바 ‘J노믹스’의 중심축이 소득주도성장에서 규제개혁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이렇다 할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규제개혁을 통한 ‘가시적 혁신성장 성과’를 보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규제개혁으로의 중심축 이동은 약 3개월 전부터 시작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혁신성장에 대해 우리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에서 더욱 분발해 주시고, 규제혁파에도 더욱 속도를 내주시기 바란다”며 규제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후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의료기기 규제혁신 현장과 지난 7일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을 연이어 방문하며 규제개혁 여론형성에 직접 나섰다.

특히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의 속도와 타이밍을 강조하면서, 신산업 성장을 막고 있는 규제들에 대한 조속한 완화조치를 강조했다.

‘뜨거운 감자’인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는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주어야 한다”며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의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한적 완화’ 강조에도 지지층 우려↑

문재인 정부의 규제개혁 드라이브에 문 대통령의 지지층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지층의 많은 수가 중도‧진보적 성향인 상황에서 최근의 규제완화 정책들이 ‘친(親)기업적’ 정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대해 ‘은산분리 기본원칙’‧‘인터넷전문은행 제한적 조치’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청와대는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대선 공약 파기’ 등 주장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8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 후보 당시 공약집에도 ‘금융산업구조 선진화를 추진하겠다’, ‘인터넷 전문은행 등에서 현행법상 자격요건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할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했고, 국정과제로도 금융산업 구조 선진화와 인터넷 모바일 기반 금융서비스 영역확대 등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이번 규제완화 조치가 ‘재벌의 사(私)금고화’ 등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또한 규제완화에 따른 긍정적인 효과를 장담할 수 없고, 한 번 풀린 규제는 향후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의료기기 규제혁신과 관련해서도 혹여 의료민영화의 시작점이 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관련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거세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 등 단체들은 일제히 규제완화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 단체들은 진보적 성향이 짖고, 문 대통령의 지지층을 기반에 두고 있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실 주최로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은산분리 규제완화의 문제점 진단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의당‧민주평화당, 협조 ‘불가’…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원칙적 합의’

정부의 규제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야당의 반응은 갈리고 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던 정의당‧민주평화당 등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 등 보수야당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를 내고 있다는 점이 특이할 만하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인터넷전문은행 은산분리 규제완화에 대해 “재벌 개혁의 중대한 후퇴이며 국민에 대한 약속 위반”이라고 평가했고,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재벌의 먹잇감만 키워주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향후 임시‧정기국회 등 국회 일정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개혁입법연대’를 구성하기로 한 ‘입법파트너’의 지적인 만큼 정부‧여당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반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정부의 규제완화 움직임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하면서, 관련 법안들의 국회 통과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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