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다 보이도록 투명한 '해파리'는 바라지도 않아…최소한 먹물 뿌리는 '오징어'는 되지 말아야

BMW 화재 논란이 불거지자 기자들은 재빠르게 소방방재청에 전화를 걸었다. 소방방재청에서 국내 차량 화재 통계를 집계하는 탓에 BMW 외 다른 제작사 차량의 화재 건수와 비율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BMW 화재가 특히 논란이 커졌지만 다른 제작사라고 문제없을 것이란 법은 없기 때문이다.

 

처음 전화를 걸었을 때 돌아온 답변은 모른다였다. 소방방재청은 차량 화재를 업체 별로 구분해 집계하지 않는다고 했다. 연도 별로 발생한 전체 화재 건수만 제공한다고 했다. 소방방재청으로부터 넘겨받은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수치는 단순히 최근 5년간의 차량화재 발생 현황과 재산피해액 뿐이었다. 이 자료만 갖고서는 BMW와 다른 업체들을 비교할 수 없었다.

 

그러나 과거 자료를 살펴보니 소방방재청에서 업체별 차종별 화재 통계를 집계한 이력이 있었다. 이를 확인하고 다시 전화를 걸었다. 소방방재청은 그제서야 이실직고 했다.

 

저희가 몇 년 전에 차량 화재 통계를 공개했다가 곤욕을 치른 적이 있어요. 차량이 많이 팔려서 도로에 많이 돌아다닐수록 화재 건수가 높은 건 당연한데, 언론에서 단순 화재 건수만 집중조명해서 업체들로부터 말이 많았어요. 그 이후로는 업체명을 밝히지 않습니다.”

 

일견 설득력 있는 답변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왜 정부에서 업체 걱정을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 오히려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밝히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이어서 의문과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리에 떠올랐다.

 

화재 통계를 정확히 밝혀 국민 안전을 보호하는 것보다 업체 이익이 더 중요한 것일까.

업체들이 압박하면 정부는 생명 안전을 위한 정보 공개도 못 하는 걸까.

도대체 어떤 업체들이 압박하는 걸까.

왜 정부는 기자들에게 거짓말까지 하며 업체 이익을 대변할까.

 

언론이 특정 부분을 과도하게 조명해 정보 왜곡이 생길 수 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은 언론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하는 기레기라는 단어는 단순히 기자들을 비하하는 데 의미가 국한되지 않는다. 국민들의 의식과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좋은 기사와 나쁜 기사를 구분하는 이 생겼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부가 정보 왜곡을 우려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국민들의 의식 수준을 무시하는 처사이기도 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방치하는 동시에, 멍청하다고 무시하는 셈이다.

 

모든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최근 한 지인은 자신을 해파리에 비유했다. 뭘 먹고 토하는지 밖에서 훤히 보인다는 의미였다. 동시에 정부는 오징어라고 칭했다. 스스로 불투명한 것은 물론이고, 여기저기 먹물을 뿌려댄다는 거다. 정부에게 해파리가 되길 바라진 않는다. 최소한 먹물만 안 뿌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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