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다리기’ 북미, 대화 지속 의지는 분명…전문가들 “정부 적극 중재 역할 필요”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북한과 미국 간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양측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북한은 종전선언에 대한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비핵화 로드맵을 놓고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다만 북미 모두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며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 북미 줄다리기가 막바지로 진입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은 10일 관영매체를 통해 종전선언 체결과 대북제재 완화를 촉구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종전선언 채택과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냉전시대를 끝장내고 평화로운 조선반도(한반도)에서 우리 민족끼리 살고 싶은 것이 남조선 인민들의 한결같은 지향이고 염원이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북남관계 문제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라는 제목의 또 다른 논평에 “조미(북미) 대화 흐름을 떠밀어나가기 위해서는 미국이 시대 착오적인 제재압박 책동을 걷어치우고 서로의 신뢰에 기초한 실천적 행동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앞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도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을 단계적으로 성실히 이행해나가려는 우리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며 “조미관계를 진전시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 역행하여 일부 미 행정부 고위관리들이 터무니없이 우리를 걸고 들면서 국제적인 대조선 제재 압박소동에 혈안이 되어 날뛰고 있다”고 밝혔다.

북미 모두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놓고 이른바 샅바싸움을 펼치고 있지만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 역시 이례적으로 북한과 수시로 대화하고 있다며 북미간 소통을 강조했다.

해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현재로선 (북한과의)회담은 없다.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은 말씀드릴 수 있다. 거의 매일 또는 하루 걸러서”라면서 “대화라는 것은 전화로도, 메시지로도, 이메일로도 이뤄질 수 있다. 대화는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북한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지난달 초 방북 때부터 종전선언이 필요하다며 미국을 향해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도 이에 맞서 비핵화를 오래 끌고 가지 않겠다며 비핵화 로드맵을 북한에 요구하며 재차 압박하고 있다.

박상병 평론가는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양국은 물밑협상을 통해 상당부분 비핵화 등 문제에 있어 진전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2차 북미회담에선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야 한다”며 “북미가 비핵화·종전선언을 놓고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이제 북미 정치일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특히 비핵화 로드맵을 검토해서 이행할 수 있는 부분을 북한과 대화로 풀어나가 종전선언까지 성사될 수 있도록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비핵화를 오래 끌고 가지 않겠다고 밝힌 데는 현 상황에서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나서지 않을 경우 추가 제재 등 다른 대북제재를 취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오는 13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협상에 대해 우리 정부가 중재 역할을 통해 논의가 오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아울러 대북 전문가들은 북한 정권수립일(9월9일), 뉴욕 유엔총회(9월18일) 등 9월에 내외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국제사회 이벤트들이 있는 만큼 적어도 남북 정상회담은 8월 말~9월 초에 성사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차재원 평론가는 “북미 양국이 교착상태에 빠져있긴 하지만 여전히 대화를 통해 실무적으로 물밑 협상을 하고 있어 양국 모두 협상 의지는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정부가 가을에 예정됐던 남북회담 시점을 앞당기려는 것은 중재자 역할을 적극 나서려는 의지다. 정부는 북미 양국에게 비핵화 시간표와 대북경협 예외조치 등을 제시하며 비핵화·종전선언 이견 차를 조율해 교착 상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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