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성장 동력 찾기에 힘주는 文정부…“소득주도성장과 규제완화 균형점 필요” 지적도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가 집권 2년 차에도 경제 지표 부진이 이어지면서 경제 정책 중심축을 이동했다. 소득주도성장에서 혁신성장으로 무게 중심을 옮긴 모양새다. 논란이었던 은산분리를 완화하고 SOC(사회간접자본)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인 58%까지 떨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7∼9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 설문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가 지난주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한국갤럽 여론조사 기준 문 대통령 지지율은 8주 연속 하락세다.

국정수행 부정적 평가 이유는 경제·민생 문제 해결 부족이 40%로 가장 많았다. 최저임금 인상이 10%로 지난주보다 4%포인트 늘었다. 경제정책 부분에서 부정적 평가가 절반을 차지한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집권 후에도 경제는 나아지지 않았다. 일자리 지표는 부진했고 서민경제는 여전히 어렵다. 지난 6월 취업자 수는 2712만6000명으로 전년대비 5개월 연속 증가폭 10만명대 전후에 그쳤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좋지 않다. 특히 체감실업률을 보여주는 청년층 고용보조지표3은 22.9%에 달했다. 자영업도 포화상태다. 취업자 5명중 1명(21%)이 자영업자다. 저성장 기조도 이어졌다. 지난 7월 정부는 올해 목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설정한 3.0%에서 2.9%로 낮췄다. 재정지출을 동반하지 않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반발도 거셌다.

이에 정부는 소득 재분배와 복지 확대를 중심으로 한 소득주도성장에서 규제완화 및 SOC 투자 확대로 중심을 이동했다. 목적은 일자리와 성장 동력 확대다.

정부는 우선 규제완화를 중심으로 한 혁신성장에 박차를 가했다. 논란이 컸던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한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대주주 사금고화 우려와 혁신성장이라는 논리가 사회적으로 팽팽히 맞섰던 이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IT기업의 지분투자 확대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당정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선택한 또 다른 정책은 SOC 투자 확대다. 정부는 지역 경제활성화와 인프라 개선을 위해 SOC 사업에 32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9일 “전통적 개념의 SOC예산과 생활혁신형 SOC, 지역밀착형 생활인프라 SOC 예산을 구분해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며 “내년에 전통적 SOC 예산과 광의의 SOC 예산을 합친 실질적 SOC 예산은 올해보다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적 SOC 예산은 대형 토목, 건축사업에 투입된다. 정부는 생활혁신형 SOC예산으로 도시재생, 주택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정부는 문화·체육·관광·환경 등 지역밀착형 생활인프라 SOC 예산을 생활SOC 예산이라는 이름으로 확대한다.

정부가 SOC 예산 확대에 나선 것은 건설업 경기를 활성화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늘어난 일자리 31만7000개 중 건설업 일자리가 30%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나 정부의 경제정책 중심축 이동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우선 소득주도성장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 방향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업 분야 일자리 감소는 복지 확대로 보완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공공 부분의 일자리를 늘리지 않고 창업에만 사람들을 몰아넣고 있다”며 “실제로 복지, 안전 등 공공부문에 대한 시민들 수요는 많다. 그러나 정부는 재정 균형만 강조하고 있다. IMF도 한국의 재정 여력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정부 부채는 일반정부 부채(D2) 2016년 기준 717조5000억원이다. 이는 GDP 대비 43.7% 수준이다. 같은 기간 OECD 32개국의 부채 규모는 GDP 대비 평균 113.3%다. OECD 평균보다 70%포인트 가량 낮다.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도 “마을 돌봄 사업 등 재정을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에 투자하면 고용과 소비 효과가 바로 나타난다”며 “재정으로 다시 토건사업을 할 이유가 없다. SOC 투자를 늘려도 외국인 근로자와 중장비 증가 등으로 기대했던 수준의 고용 효과는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경제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일방주의 경제 정책 드라이브’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사안들에 시민들과 소통 없이 일방 추진했기 때문이다. 은산분리 규제완화와 수소차 충전소 사업 추진이 그 예다.

지난 8일 정부는 생활SOC에 7조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투자 분야는 문화·생활체육 편의시설, 도시재생, 농어촌 생활여건 개선, 스마트 영농, 스마트 공장 확대, 복지시설 기능 보강, 생활안전 인프라, 미세먼지 대응, 신재생에너지 등 분야다. 그 중에는 수소차 충전소 확대도 담겼다.

우석훈 박사는 “수소차 충전소는 국민들이 위험성에 대한 인식으로 불안해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시민들과 소통 과정 없이 생활SOC 범주 아래 수소차 충전소 확대 방안을 밀어넣었다”며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경제에서는 상황 점검과 국민적 소통 없이 밀실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민주적 절차성에 대한 지적도 있다. 찬반 논란이 컸던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해 사회적 합의 과정 없이 대통령을 통해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문 정부가 규제 완화에 대해 사회적 합의 과정을 하지 않는다.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조차 없었던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추진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정부가 경제지표 부진으로 당황하면서 규제완화와 대기업에게 부탁을 통해 일자리를 늘리려고 한다”며 “그러나 이는 단기적 효과뿐이다. 근본적으로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균형있게 추진돼야 한다. 그래야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건전해지고 소득 불평등도 줄어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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