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과 3시간 30분 대질…진술보단 물증에서 판가름 날 듯

김경수 경남지사가 10일 새벽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관련 2차 소환조사를 마친뒤 강남 특검 사무실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 사건 공범으로 지목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2차 소환조사를 마치고 귀가했다.

9일 오전 9시 26분쯤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김 지사는 10일 오전 5시 20여분까지 20시간 가량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지난 6일 1차 소환까지 포함하면 특검 조사 시간은 총 38시간에 달한다.

김 지사는 전날 오후 10시 30분부터 약 3시간 30분가량 드루킹 김아무개씨와 대질신문도 받았다. 특검 9층 영상녹화 조사실에서 이뤄진 대질조사는 드루킹과 김 지사가 변호인 입회 하에 한 공간에 앉아 진술하는 직접 대질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씨는 과거 김 지사가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보고 감탄을 표했다고 주장한 반면 김 지사는 이를 일관되게 부인했다고 알려졌다.

조사 이후 특검 건물에서 나온 김 지사는 대기 중이던 취재진과 만나 “특검이 원하는 만큼, 원하는 모든 방법으로 충실하게 소명했다”면서 “이제는 특검이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직 진실에 입각해서 합리적이고 공정한 답을 내놓을 차례”라고 밝혔다.

이어 “나는 경남에 내려가서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믿어준 모든 분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했다.

김 지사는 특히 ‘드루킹 측과 인사 청탁을 주고 받은 적이 없느냐’라는 질문에 “입장이 바뀐 것은 없다”고 답했다.

특검은 김 지사가 드루킹 일당과 댓글조작을 공모한 것으로 잠정 결론짓고 컴퓨터 등 장애업무방해 및 선거법위반 혐의 피의자로 입건한 상태다.

김씨는 옥중편지를 통해 2016년 10월 일명 ‘산채’로 불리는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김 지사에게 댓글 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시연해 보여줬고, 당시 김 지시가 고개를 끄덕이며 댓글 조작을 승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 지사는 “느릅나무 출판사에 찾아간 적은 있지만 킹크랩 시연을 본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특검은 또 김 지사가 김씨에게 도움을 요청하며 일본 센다이 총영사직을 대가로 약속했는지 등도 살펴보고 있다. 김 지사는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소설 같은 얘기”라며 부인하고 있다.

결국 김 지사의 혐의 소명은 일방의 진술보다 드루킹이 제출한 USB, 보안메시지 내용 등 물적 증거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검은 김 지사와 드루킹과의 대질 조사 내용과 그간 관련자 조사 내용 등을 바탕으로 이르면 이번 주말께 김 지사에 대한 신병처리 방침을 정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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