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권력에 대한 편향적 판결·양승태 사법농단 사태 등 지켜본 현직 기자의 ‘일갈’

“법이 부당한 권력에 의해 무력화되고 있는 현실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인터넷매체에서 법조 취재를 해온 강경훈 기자가 <법복 입은 악마들>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삼성을 비롯한 자본권력에 대한 편향적 판결, 정치권력에 부역한 것이 틀림없는 판결들을 꼼꼼하게 분석해 마치 유무죄 및 형량에 대한 결론을 정해놓고 판결문을 써내려가는 판사들의 문제점을 짚는 것으로 출발한다.

저자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핵심 혐의 무죄 판단을 받고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이 책을 쓰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책에서 저자는 “일선 법관이 정치권력과 지휘부의 의중에 부합된 판결을 거듭하면서 승진하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자본권력으로부터 안위를 보장받는 일련의 과정은 법관 사회에서 암묵적인 ‘출세 코스’로 인식되어 왔다”고 강조한다.

또한 “법관들은 이런 암묵적 경험칙에 근거해 편향된 판결을 내리고, 외형상 ‘도덕성’이 추락하는 데 대한 극도의 경계심도 있어 자신의 이해관계와 무관한 일반적인 재판에서는 법규에 근거한 엄격한 판단을 내리는 경향이 크다”며 “법관들의 이런 이중성은 일반 국민들의 눈을 멀게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저자가 한창 이 책을 집필하고 있을 때 양승태 사법농단 사태가 터졌다. 놀랍게도 기존에 다뤘던 사건 중 상당수는 양승태 사법부가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거래를 시도한 사건과 일치했다고 저자는 말했다.

책 말미에는 나름 개혁적이라고 평가받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사법부에서조차 양승태 사법농단 사태를 안이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점과, 나아가 사법부가 자신들을 향한 검찰 수사마저 컨트롤하고 있는 잘못된 현실을 꼬집었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사법부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주체는 결국 국민들 밖에 없다. 국민들의 끊임없는 관심과 문제 제기로 사법부에 제약을 가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 국민들에 의해 사법농단의 진상이 규명되기까지의 역사적인 여정에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집필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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