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발언 이후 은산분리 완화 급물살…새로운 도약 기대

문재인 대통령은 7일 “인터넷 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인터넷 은행의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보유 제한)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은산분리 완화 발언이 나온 직후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2호인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이번 규제 완화를 통해 어느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제3호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도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메기 효과’ 일으킨 인터넷뱅크

메기 효과라는 말이 있다.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말한다. 지난해 4월 출범한 케이뱅크와 지난해 7월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출범 직후부터 금융권에 돌풍을 일으키며 메기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달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1년의 성과 평가 및 향후 과제’를 주제로 한 국회 토론회에서 “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은 서비스의 편의성, 가격 경쟁력 등으로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기존 은행의 경영전략을 변화시키는 등 은행산업 내 ‘메기효과’를 일으켰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출범 직후부터 시중은행들을 긴장시켰다. 케이뱅크는 출범 100일 만에 가입자 수 40만명과 수신(예·적금액) 6100억원, 여신(대출) 6500억원을 달성하며 연간 목표치를 돌파했다. 카카오뱅크 역시 출범 100일 만에 가입자 400만명과 수신액 4조200억원, 여신액 3조3900억원을 기록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성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케이뱅크의 자산은 수신 1조3000억원, 여신 1조원에 이르고 가입자 수는 70만명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 역시 출범 1년 만에 가입자 633만명, 수신 8조6300억원, 여신 7조원을 달성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으로 모바일뱅킹도 1년새 급성장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8년 1분기 국내 인터넷뱅킹 서비스 이용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모바일뱅킹 가입자 수는 9477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7733만6000명과 비교해 무려 1743만6000명이나 늘어난 수치다.

모바일뱅킹 이용건수와 이용금액도 크게 늘었다. 1분기 기준 모바일뱅킹 이용건수(일평균)는 6739만 건, 이용금액(일평균)은 5조3946억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분기보다 각각 14.6%(861만 건), 20.0%(8984억원) 증가한 수치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제2의 도약 기대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가 큰 인기를 끌면서 시중은행들도 모바일 앱을 전면 개편하는 등 앞다퉈 비대면 서비스 강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성장동력은 과거에 비해 둔화된 것이 사실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은산분리 규제다. 은산분리 규제는 산업자본이 은행 지분을 최대 10%,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현재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은산분리 규제로 인해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케이뱅크의 경우 지난달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실패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 직후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여야는 8일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여야는 산업자본의 인터넷전문은행 지분보유 한도를 현행 4%에서 34%로 상향하는 데 잠정 합의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지분구조에는 상당한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규제가 완화되면 카카오뱅크의 경우 카카오의 지분이 확대되고 케이뱅크의 경우 KT가 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자본확충을 통해 다양한 대출 상품과 신사업 출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카카오뱅크는 카드사·캐피탈사·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과 연계한 대출 서비스 출시를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뱅크도 출시를 미뤄놨던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과 펌(Firm) 뱅킹, 앱투앱 결제 사업 등에 힘을 쏟을 전망이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와 함께 제3호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유력 후보로는 인터파크, 네이버, SK텔레콤, 키움증권 등이 꼽힌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3호 인터넷전문은행이 등장하기까지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존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로 인해 얻는 이익이 많지 않으며, 비금융권 업체들의 경우 기존의 막강한 경쟁자들을 넘어설 혁신적인 전략 마련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인터넷 전문은행들의 가파른 성장세는 놀랍지만, 실제로 얻는 수익은 잘 나가는 지점 몇개보다 못한 상황”이라며 “시중은행 입장에서는 큰 매력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돈을 벌기 위해선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큰 규모의 대출이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인터넷은행에서 큰 규모의 대출을 꺼리는 고객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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