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부진 우려에 …하루걸러 하루 등락 급변

SK하이닉스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보고서가 시장에 알려진 뒤 주가가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계속되는 반도체 위기론에 SK하이닉스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과 과도한 우려라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1.12% 하락한 7만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5일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한 뒤 하루 걸러 하루씩 상승과 하락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5일(현지시간)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내년에는 D램 호황이 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와 함께 반도체 제조업체 가운데 D램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관련 업체 가운데 가장 비선호주로 지목하고 비중 축소(매도) 의견을 표시했다. 

모건스탠리가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다는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SK하이닉스 주가는 급락했다. 보고서를 내놓기 전인 3일에는 종가 기준 8만3300원에 거래되던 SK하이닉스는 보고서 발표 다음 거래일인 6일 7만9400원까지 하락했다. 

SK하이닉스 최근 3개월 주가 추이 / 그래프=시사저널e
증권가에서는 현재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을 감안하면 고점 논란이 나올 수 있는 시점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2분기 잠정 실적으로 매출액 10조1699억원, 영업이익 5조2731억원을 발표하면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규모도 놀랍지만 영업이익률이 50%를 넘어섰다는 점도 놀라운 실적이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실적 추이에서 영업이익률이 50%에 육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매출액에서 제조원가와 판관비 등을 제외한 영업이익은 일회성 비용의 영향을 감안하기 이전의 수익이다. 따라서 회사가 지속적으로 영업활동을 벌이면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을 확인하는 수치로 통상 활용된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이 50%를 넘었다는 것은 그만큼 반도체 업황이 좋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내 수요가 충분하기 때문에 마진 축소 없이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 정도 수익성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원가 비중이 작은 제약·바이오 업종이나 게임 등 콘텐츠 업종과 달리 전통적인 제조업에서는 시장 경쟁이 심화될 경우 영업이익률 축소가 불가피하다. 

반도체 고점에 대한 우려는 모건스탠리의 보고서 이전부터 증권가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적이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 5배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동일업종 PER이 7배보다도 낮은 상황이다. 지금이 고점일 수 있다는 우려는 SK하이닉스의 호실적에도 주가 상승폭을 제한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 실적만 놓고 보면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저평가가 맞다"며 "다만 주가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바라보기 때문에 지금 호실적을 냈다고 반도체 호황 종료에 대한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일각에서는 외국계 투자은행이라고 해도 투자의견에 과도한 가중치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고점 우려가 있는 것을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당장 SK하이닉스에 위기가 닥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모건스탠리 보고서에서는 기존보고서와 비교할 때 올해까지는 반도체 업황에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내년부터 D램 가격이 20% 가량 하락한 뒤 2020년에는 다시 한번 D램 가격이 15% 가량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D램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를 비선호주로 지목하면서도 낸드플래쉬 시장 역시 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반도체 업황이 악화된다면 SK하이닉스 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에 부정적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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