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협상 교착상태로 이견차…정부, 관련국 외교 논의에 중재 역할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 논의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당사자인 북·미가 비핵화 해법에 대한 이견을 보이는 데다, 한반도 종전선언 논의에 중국이 본격 개입하게 되면서 협상이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남·북·미·중 4개국이 교착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8월 한달 내내 치밀한 외교전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오는 15일부터 외교 논의 일정이 예정되면서 북미 간 이견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달 들어서 진행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는 비핵화 협상 당사국인 북미 양국 정상은 친서를 교환하며 협상 의지를 확인하면서도 구체적인 비핵화 로드맵을 놓고 기싸움을 이어갔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ARF 회담에서 “‘최종적이고 완전한 비핵화’라는 세계의 목표를 손상하는 어떤 위반도 미국은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이다”며 “시간은 걸리겠지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약속대로 그에 의해 궁극적 비핵화 시간표가 정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해 우리가 핵실험과 로켓 발사 실험 중지, 핵실험장 폐기 등 주동적으로 먼저 취한 선의의 조치들에 대한 화답은커녕 미국에서는 오히려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이 우리의 우려를 가셔줄 확고한 용의를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는 한 우리만이 일방적으로 먼저 움직이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다”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미국도 물러설 기세를 보이지 않았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 경제협력 지원은 부적절하다며 대북제재를 더 강화하고 있고, 북한은 종전선언을 내세워 비핵화와 체제보장 방안의 동시적·단계적 이행을 강조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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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8월 초 치열하게 벌어진 북미 간 대치 국면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한반도 주변국과의 외교 일정이 급박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선 오는 15일 광복 73주년 계기로 남북 접촉 가능성이 제기되고, 18일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계기로 3차 남북정상회담 또는 남북고위급회담 등 남북 대화 일정이 예고됐다. 무엇보다 아시안게임 전후로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양국의 이견이 좁혀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북한이 비핵화에 있어 상당부분 단계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미국이 뒷받침을 안하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은 종전선언이 우선이라고 강조하며 북한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에 비핵화 문제가 일정부분 궤도로 가고 있다”며 “우리 정부가 북미 양국간 비핵화 로드맵, 갈등 등을 파악해 중재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평론가는 “북미정상회담이 8월에 열리게 된다면 양국이 상당부분 비핵화 문제에 있어 (물밑협상을 통해)진전됐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미는 회담을 통해 비핵화 또는 종전선언에 대한 이견을 조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면서 “다만 지난 6·12 싱가포르 회담은 만남 자체가 의미 있었지만 이번 북미회담에선 비핵화와 관련해 핵시설 정보 공표 등 디테일한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정부, 조기 종전선언에 여전히 기대…중국과 한반도 평화체제 협의

이런 가운데 한·중 양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가 6일 베이징에서 만나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종전선언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종전선언 해결 실마리를 찾는 단초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7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중 양측은 협의를 통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인 평화정착 목표를 재확인하고 이를 위해 함께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정착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중국의 중요한 역할을 강조하고 앞으로도 건설적인 역할을 지속해서 발휘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영 언론매체 환구시보는 이날 학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이도훈 본부장과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부장 겸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회동을 주목하면서 한국과 중국이 한국전쟁의 공식적인 종결 가능성과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교착 상태 해결을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추이즈잉(崔志英) 상하이 퉁지(同濟)대 한반도연구센터 주임은 “현재 정전협정을 종전선언으로 대체하는 것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에 중요한 부분이며 최종적인 평화협정으로 가는 데 중요한 단계다”며 “북미정상회담 이후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거의 없어 정체상태인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추이 주임은 “북한은 핵실험 장소 폐쇄와 미국 시민 석방 등 비핵화 조치를 한 뒤 대북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한 조치를 기대했는데 미국은 아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미국의 주장처럼 갑자기 완벽한 비핵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요구와 평화 진전을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정부는 연내 종전선언을 목표로 북미 간 입장을 조율하는 중재자 역할을 다시 보이고 있다. 또 당초 가을로 예정됐던 3차 남북정상회담을 8월로 당길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조기 종전선언을 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종전선언에 중국의 참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6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3차 남북정상회담은 판문점 선언에서) 일단 가을에 하기로 했고 2차 회담 때 훨씬 격의 없는 방식으로, 필요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도 있다고 두 정상이 확인했기 때문에 항상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청와대는 8월 말 조기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에 유보적인 입장을 밝혀왔지만 좀 더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북미가 비핵화·종전선언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는 이른바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로서는 이제 북미 정치일정을 파악하고 특히 비핵화 로드맵을 검토해서 이행할 수 있는 부분을 북한과 대화로 풀어나가야 하며 남·북·미·중이 함께 종전선언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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