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사 숫자 이미 보험회사 뛰어넘어…불완전판매 비율 높아 “질적 성장도 중요”

최근 빠른 속도로 규모가 커진 법인보험대리점(GA·General Agency)이 보험업계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최근 빠른 속도로 규모가 커진 법인보험대리점(GA·General Agency)이 보험업계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과거에는 보험사와 비교해 규모가 영세했지만 이제는 보험사를 뛰어넘는 초대형 GA도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높은 불완전판매 비율 등 양적 성장에 걸맞는 질적 성장을 갖춰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GA는 여러 보험회사와 계약해 보험상품을 판매한 뒤 일정 수수료를 받는 영업대리점을 말한다. 다양한 보험회사의 상품을 취급하다 보니 일명 ‘보험 백화점’이라고도 불린다. GA는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보험사에서 나온 전속 설계사들이 GA 업계로 대거 흘러들면서 보험사의 주요 판매 채널로 자리를 잡았다.

GA는 여러 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속 대리점보다 유리한 측면이 많다. 보험사들 역시 판매의 상당 부분을 GA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점을 바탕으로 GA는 최근 급격히 성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GA 설계사수는 2015년 20만4000명으로 보험사 전속설계사수를 처음으로 추월한 뒤 지난해에는 22만3000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보험사 전속설계사수는 2015년 20만3000명에서 지난해 18만9000명으로 감소했다. 보험사의 전속설계사들이 GA로 대거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500명 이상 설계사가 소속된 대형 GA는 55개다. 이들 대형 GA는 14만4610명의 설계사를 확보, 웬만한 보험사와 맞먹는 규모로 성장했다.

설계사들이 대거 이동하면서 벌어들이는 보험료 실적 격차도 점점 더 벌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5년 전체 보험사들이 거둬들인 보험료(생명보험은 초회보험료, 손해보험은 원수보험료 기준) 79조8970억원 가운데 GA가 판매한 규모는 35조2648억원(44.1%)이었다. 이후 지난해에는 그 규모가 38조3853억원(49.4%)으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전체의 5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GA의 불완전판매비율은 0.28%로 전속설계사(0.19%)는 물론 보험을 파는 은행이나 증권사 등을 가리키는 방카슈랑스(0.05%)에 견줘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완전판매란 보험사가 고객에게 상품의 기본 내용이나 위험을 알리지 않고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불완전판매가 발생하는 이유는 직접 배상책임을 지지 않는 현행 법 체계, 취약한 내부통제, 교육체계 미흡 등에 그 원인이 있다. 현행 법 체계에서는 보험계약자에게 부실판매로 인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GA에서 모집한 보험계약이라도 보험회사에서 1차적 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돼 있다.

이와 관련해 김창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GA가 건전한 판매채널로 자리매김하도록 직접적인 배상책임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보험업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현재 독일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GA 또는 설계사에게 직접 배상책임을 부과해 완전판매를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GA간 무분별한 스카우트 경쟁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GA가 ‘철새 설계사’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철새 설계사는 이동 과정에서 전 소속사에서 맺은 계약자 관리를 방치해 ‘고아 계약’을 양산하거나 회사를 옮긴 뒤 초반 실적을 늘리기 위해 불완전판매를 일삼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GA 소속 설계사의 55.3%가 최근 5년 내 1회 이상 이직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계사들의 잦은 이직 또는 조기 퇴직은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적합한 정보 및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지 않아 보험민원으로 연계될 가능성이 높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GA도 고아계약 관련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며 “고아계약에 대한 기준 설정 및 관리지표를 개발하고 주기적으로 관리실태를 파악해 공시하는 방안이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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