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할인으로 덩치 키운 벤츠‧BMW, 품질‧경영 논란에 기세 꺾이나
  • 윤시지 기자(sjy0724@sisajournal-e.com)
  • 승인 2018.08.0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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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디폴크스바겐 디젤게이트 논란에 이어 벤츠‧BMW 늑장 리콜 지탄…“양적 성장 멈추고 질적 성장하는 계기 돼야”
BMW코리아 김효준 회장이 지난 6일 오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최근 잇따른 BMW 차량의 화재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BMW 차량의 잇단 화재 사건에 독일 수입차 업체 전반의 품질 논란과 안일한 경영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3년 전 아우디폴크스바겐의 디젤게이트에 이어 메르세데스-벤츠, BMW의 늑장 리콜이 논란을 사면서 수입사의 미온적 대처가 비판을 사고 있다. 수입차 업계가 대규모 할인공세로 한껏 몸집을 불렸지만 정작 품질 경영과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지적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는 16만62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3만5780대)보다 20% 가까이 판매량이 늘었다.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시장 점유율은 17.2%로 올 연말이면 20%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할인 정책에 힘을 입고 시장 선두를 굳힌 독일 수입차 4사의 성장이 가팔랐다. 올초부터 지난달까지 벤츠, BMW, 아우디, 폴크스바겐의 누적 판매량은 9만7644대로 1년 전 판매량보다 30% 가량 늘었다. 아우디, 폴크스바겐의 시장 가세로 지난달 4사의 시장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8%포인트 오른 57.2%까지 비중을 넓혔다. 월 2만대 규모 수입차 시장은 사실상 60%를 차지하는 독일 수입차 업체가 견인하게 됐다. 

이 같은 성장세엔 올초부터 이어진 업체별 출혈 할인이 뒷받침했다. 시장을 양분한 벤츠, BMW의 딜러사는 올초부터 여러 금융 조건에 더해 1000만원까지 깎는 대규모 할인 판촉에 돌입했다. 딜러사들은 공급 물량에 따라 월별로 차종을 바꿔가며 할인을 시행했다. 세계적인 ‘명차’를 값싸게 살 수 있는 기회는 소비자의 구매욕을 당기기 충분했다. 지난 4월 판매 재개한 아우디, 폴크스바겐도 2년간 공백을 메꾸기 위해 대규모 할인판매 카드를 꺼내든 점도 수입업계의 판촉 경쟁을 시사한다. 

그러나 최근 시장의 급성장에 반해 이들 업체의 안일한 경영 태도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독일 수입차 업체가 가격대를 낮추며 보급화를 앞당겼지만, 동시에 안일한 경영 태도로 품질 및 소비자 보상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리콜 등 대규모 차량 결함 사태에 대한 대처가 미온적인 까닭에 한국 소비자 ‘홀대론’도 꾸준히 지적된다. 

 

지난해부터 불거진 BMW 차량 연쇄 화재에 대한 늑장 대응 의혹은 비판 여론에 불길을 더했다. 올해만 화재가 발생한 BMW 차량 32대로, 특히 7월에 들어서며 12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차량 결함을 조사하는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지난 6월 25일 BMW에 기술분석 자료를 요청했으나 BMW는 ‘원인 규명 중​이라며 자료제출을 미뤘다. 국토교통부가 재차 요구한 뒤에야 BMW는 한 달이 지난 7월 25일 리콜 계획서를 제출하고 26일 10만6000여대 대상을 자발적 리콜을 공식화했다. 

 

이에 대규모 결함을 시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극 대응에 나서기보다 국토부가 움직이자 뒤늦게 조사에 나섰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제작사는 2년전부터 결함을 인식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일 BMW는 기자회견을 통해 “2016년 흡기다기관에 작은 천공이 생기는 현상을 보고 받았으나, 올해 6월 EGR 결함이 화재 원인이 된다고 확신했다​고 해명했다.

 

해외 시장에선 선제적 리콜 대응에 나선 것과 대비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BMW는 화재 가능성이 있는 모델을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140만대, 올해 영국에서 30만대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다. 이번 한국 리콜 건과는 결함 원인이 다르지만, 당시 해외 교통당국과 협조를 통해 발빠르게 리콜을 진행한 것과 달리 한국에선 다소 미온적인 대처에 그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차량 결함을 시인하고 대규모 리콜에 인색한 것은 여타 수입사도 마찬가지다. 

 

업계 1위 벤츠 역시 늑장 리콜로 논란을 빚었다. 지난해 벤츠는 ‘죽음의 에어백​이라 속칭되는 다카타 에어백 장착 모델 리콜을 실시했는데, 중국에선 같은 해 10월 리콜을 시행한 반면 국내서는 뒤늦은 12월 리콜을 결정했다. 이와 함께 벤츠는 부품 조달을 이유로 1년 가까이 지나도록 다카타 에어백이 탑재된 차량 3만2000여대 리콜에 나서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디미트리스 실라스키 벤츠코리아 대표는 “해당 부품들의 가용시기와 방식 등을 고려하고 환경부와 협력해 리콜 조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여전히 리콜률은 저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3년 전 디젤게이트로 논란을 산 폴크스바겐도 해외와 국내의 소비자 보상 규모를 차별적으로 책정해 집단소송이 불거졌다. 폴크스바겐은 배출가스 조작 혐의를 받은 뒤 미국, 캐나다 소비자에게 1인당 500만~1200만원 보상을 지급한 반면 국내 소비자들에게 100만원 가량 바우처를 제공하며 보상을 마무리했다. 이에 차주들은 손해배상 청구 집단소송을 제기했지만 2년여간 1심이 진행 중이다. 

 

수입사 전반의 안일한 경영 태도로 인해 국내 소비자 피해가 불거지자, 정부는 뒤늦게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결함에 대한 입증책임 전환​ 제도 도입을 적극 고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일 박순자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은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자동차의 결함에 대해 제작사가 신속한 원인 규명과 사후 조치를 다 하지 않아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혔을 땐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며 ​현행 제조물 책임법에서 제조업자에게 손해의 3배까지 배상하도록 정하고 있는 것보다 자동차 제작사에게 더욱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BMW의 연쇄 화재로 독일 수입사 전반의 늑장 리콜, 소비자 차별 보상책이 재주목되며 업계 신뢰가 금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간 국내 시장에서 내세워 온 프리미엄 품질과 제품 안전 이미지가 안일한 경영 태도로 깨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BMW 화재 건으로 벤츠, 폴크스바겐 이슈도 함께 재주목되고 있다. 3년전 디젤게이트 사건으로 독일차 업체에 대한 신뢰도가 저하된 상황에서 이번 BMW가 도의적으로 리콜에 늑장 대응했다는 점도 소비자 불안을 키우며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독일 수입차 업체들이 시장점유비중을 크게 넓혀가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런 악재가 시장 규모를 조절하면서 질적 성장에 대한 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윤시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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