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직 발탁은 자기 사람 챙기는 경우 빈번…능력보다 ‘빽’이나 출신성분 고려 지적

#1 과거 보건복지부에서 차관으로 근무한 A씨는 사무관의 서기관 승진 후보자를 5배로 확대할 것을 지시했다. 통상 승진예정자 정원의 3배를 원칙으로 하지만, 인사과는 차관 지시를 거역할 수 없어 서기관 승진 후보자를 5배수로 확대해 심사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A차관이 승진자로 점찍은 모 사무관은 3배수 후보자에는 못 들고 5배수로 확대한 다음에야 후보군에 들어갔다. 결국 모 사무관은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2 복지부 고위공무원 B씨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인사와 관련, 투명하게 진행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B씨가 승진할 것이라고 판단한 공무원은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인식하고 결국 승진하게 된다는 논리였다. 그 당시에는 B씨 말을 믿었다. 하지만 수년이 지난 후 B씨가 고위직에 한정되긴 하지만 인사를 전횡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소문은 일정 부분 사실이었다. 그래서 기자수첩을 통해 B씨를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B씨의 자칭 타칭 측근이라는 사람이 기자에게​ 30분간 전화를 걸어 비판 대상이 누구냐고 물었다. 끝까지 대답 안 하고 버텼다. 

 

8년 넘게 복지부를 출입하면서 기자는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인사를 너무나 많이 봤다. 행정고시 출신이 상대적으로 7급 공채 출신보다 앞서나가는 것은 기본적 구도 차이이기 때문에 일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행시 출신 중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이해가 가지 않는 인사,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 인사가 한 두 건이 아니었다. 

 

가장 흔한 사례가 A씨 같은 고위직이 자신 측근이나 친분이 두터운 공무원을 승진자로 미는 것이다. B씨 사례는 더 높은 고위직에 올라가기 위해 자신 인맥을 구축한 행위로 분석된다. 흔하지는 않지만 장관이 특정인을 좌천시키는 사례도 목격했다. 이명박 정부의 장관이었으며, 결국 그는 장관에서 물러난 후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낙선했다. 

 

과거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한 사무관이 인사과를 찾아가 건강보험 파트나 연금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자, 아무나 그 파트에 갈 수 있는 줄 아느냐고 오히려 힐난을 들었다고 한다. 그 사무관은 현재 복지부에 없다. 

 

각 과 배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떻게 주무과만 옮겨 다니는 사무관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른바 ‘꽃길’만 걷는 인물이 실제로 있다. 우리가 흔히 민간기업에서 말하는 ‘빽’이 복지부에서도 통하는 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어떤 사무관은 밤 새워 일해도 주무과 근처에도 못가는 경우가 있었다. 아무래도 주무과에 가면 실국장 눈에 많이 띄어 승진에 유리한 것이 불문가지다. 

 

과장들 중에는 인사과장과 친분을 은근히 내세우는 경우도 있어 놀라울 뿐이다. 지난해 모 과장은 보직 결정에 인사과장이 도와줬다고 돌아다니면서 이야기해 그 소문을 들은 기자를 아연실색케 했다. 지금도 잘 나가는 그 과장은 밑의 직원들 말이 무섭지 않은 모양이다. 

 

기자와 친한 공무원들이 모두 반골이어서 부정적 이야기만 듣고 있는지 혼동이 가기도 한다. 물론 현재는 과거에 비해 많이 투명해지고 본인 의견을 인사에 적극 반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인사라는 것이 10명 중 1명이나 2명이 발탁되는 것이기 때문에 말이 안 나올 수 없는 구도이긴 하다. 하지만 10명 중 절반이 과거에 비해 깨끗하고 합리적 인사가 단행됐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성공한 인사라고 본다. 복지부도 이런 인사를 할 수 있다. 복지부만 잘 될 수 있다면 기자가 파악하고 있는 것이 단편적이라 비판 받고 욕먹어도 상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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