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확대 긍정적…선두 주자에 선입견은 부담

국내 증시의 조정 장세가 길어지면서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조정 장세에서도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이면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서다. 이에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급하게 판을 키우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500만원으로 헤지펀드 투자 가능…조정장서도 강한 면모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는 지난 9월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처음 출시한 펀드로 공모 펀드 형식으로 사모투자인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공모펀드와 달리 사모투자는 최소가입금액 1억원, 가입인원 49명으로 제한돼 있어 소액 개인투자자들에게는 투자가 어려운 분야였다. 그러나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를 통하면 최소 500만원부터 투자가 가능하다. 

 

헤지펀드는 시장 상황과 관계 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투자 방식에 따라 다양한 전략이 존재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매수와 매도를 동시에 구사하는 롱숏전략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다. 

 

헤지펀드의 위력은 조정장세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들어 코스피가 조정을 받으며 등락을 거듭하는 동안 라임과 타임폴리오, DS 등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헤지펀드들은 양호한 수익을 이어나가고 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로 꼽히는 타임폴리오의 경우 연초 이후 수익률이 6%대를 기록하는 수준이고 라임자산운용 역시 평균 5% 이상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액 전문투자자들에게만 허락된 사모펀드와 마찬가지로 사모 재갑접 공모펀드 역시 안정적인 수익을 기록 중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미래에셋스마트헤지펀드펀드셀렉션은 연초 이후 4% 후반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관심 대비 시장 확대 속도 부담…투자 본질은 헤지펀드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에 시장의 관심은 투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시장의 관심에 비해 판 키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미래에셋스파트헤지펀드셀렉션펀드와 삼성솔루션코리아플러스알파혼합자산투자신탁에 이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이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를 출시할 예정이지만 당초 시장에 알려진 시점보다 늦어진 상태다. KB자산운용은 지난해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함께 펀드를 준비중이었으나 철회했다.

 

증권가에서는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가 공모 형식을 띄고 있지만 투자 방식에서 본질은 헤지펀드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투자자금 유입시에는 공모 형식으로, 운용 방식에서는 사모 방식으로 장점을 취했지만 이 때문에 초기 준비 단계에서 양쪽의 이질감을 줄이려면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영향력 역시 시장을 키우는데 제한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선두 주자가 호실적을 거두는 상황은 투자자들의 눈높이에서도 일종의 기준점을 생겼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가 먼저 치고 나가면서 투자자들로부터 해당 상품을 염두해두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을 때가 많다"며 "비슷한 수익 구조를 염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는 파인밸류, 트러스톤, 라임 등 10여개 헤지펀드에 분산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솔루션코리아플러스알파혼합자산투자신탁의 경우도 한국형 헤지펀드를 포함해 분산투자하고 있다. 두 펀드의 설정 시점이 달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올해 수익률은 비슷한 형태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가에서는 투자자들이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시장이 커지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시장 선두 주자에 선입견이 생긴 점은 부담이라고 지적한다. 헤지펀드 운용사에 따라 전략이 천차만별인데 수익이 나는 시기나 수익 규모 등에서 투자자들의 인내를 요구하기 어려워졌다는 이야기다. 더구나 헤지펀드 운용사에서 자신의 전략을 가장 효율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운용자산 규모가 제한적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무제한적으로 규모를 늘렸다가 수익성에 한계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시장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점도 감안해야겠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도 규모가 커지면서 수익률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운용사의 능력에 따라 수익률 편차가 극명하게 갈리는 헤지펀드 특성상 시장을 급격하게 키우지는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래에셋 스마트헤지펀드셀렉션혼합자산자투자신탁(사모투자재간접형) 설정이후 수익률 추이 / 그래프=시사저널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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