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중재집단 신설해 소비자 결함 규명 책임 덜어… 결함 기준 애매해 실효성 낮다는 지적도

/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내년부터 한국형 ‘레몬법’이 도입됨에 따라 새 차에서 동일 하자가 재발할 시 소비자가 차량 교환 및 환불 받기 용이해질 전망이다. 해당 법안은 차량 수리 후에도 동일 하자가 발생할 경우 제조사가 차량을 교환 및 환불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소비자 편익이 증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일각에선 보상의 기준이 되는 결함 규정이 애매하고 제조사가 결함에 선제적 책임을 지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없이는 실효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달 31일 국토교통부는 새 차에서 동일 하자가 반복될 경우 중재를 통해 교환 또는 환불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내년 1월 1일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차량에서 동일 하자가 재발할 경우 제조사가 소비자에게 교환 및 환불을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인도받은 지 1년을 넘지 않은 새 차에서 중대 하자 2회, 일반 하자 3회 이상 수리 후에도 재발할 경우, 자동차안전하자심의 위원회의 중재판정에 따라 제작사로부터 교환이나 환불을 받게 된다. 개정안에 따라 ‘중대 하자’를 규정하는 장치의 범위는 현재 원동기, 동력전달장치, 조향‧제동장치에서 주행·조종·완충연료공급 장치, 주행관련 전기·전자장치, 차대로 확대됐다.

내년부터 시행될 개정안은 하자가 판명된 차량에 대한 교환, 환불을 법적으로 강제한다는 점에서 기존 공정거래위원회의 권고 기준과 차이를 둔다. 2016년 개정된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 권고 기준도 새 차를 인도받은 지 1년 내에 중대결함 3회 이상 발생 시 교환이나 환불하기를 권장한다. 그러나 강제력이 미미한 권고 기준인 까닭에 실질적인 효력은 발휘하지 못 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차량의 제작 결함을 판명하고 환불을 결정할 전문가 집단을 마련해 소비자의 결함 규명 부담이 덜어질 전망이다. 내년 1월 신설될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는 자동차 관련 기술적 지식을 보유한 전문가가 최소 50%이상 되도록 구성비율이 설정됐다. 그간 보상을 받기 위해 소비자가 직접 결함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이 있던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전문가 집단은 제작결함 심의, 환불중재 등 절차 수행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부 소비자들은 결함 기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새 차를 구매한 후 1년 안에 같은 고장이 재발해야 보상이 가능하다는 내용은 소비자 입장에선 실질적으로 보상받기 어렵다는 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동력, 조향장치 등의 비정상적 작동으로 운행 중 차질을 유발하는 ‘중대 하자’의 경우 1년 내 2번 이상 같은 위험을 겪어야 보상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풀이돼 비판에 부딪히고 있다. 

아울러 한국형 레몬법이 담보하는 ‘강제성’도 한계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뒷받침 되지 않는 한 실효성 낮은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비판이다. 미국의 레몬법은 제조사가 차량 결함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경우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해 소비자가 겪을 결함을 미리 방지하지만, 한국에선 이 같은 법이 없기 때문에 단발적 보상에 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제조사에 대한 징벌적 배상이 없는 한국형 레몬법의 실효성엔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미국의 레몬법처럼 관련 규정을 강화해 결함 발생시 기업의 제품 교환, 환불을 강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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