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완화 정도’ 핵심 쟁점…주력 법안 우선순위 차이도

여야가 민생경제법안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를 시작하면서 8월 임시국회에서 이들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보이콧 등 파행과 6‧13지방선거 등 정치 이벤트로 인해 국회가 공전을 거듭하면서 기능이 사실상 정지됐던 만큼, 비판 여론을 인식한 여야는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보이려 노력하는 분위기가 관측된다.

여야는 민생경제법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현재까지 2차례 회동을 가졌고, 각 정당의 법안들을 서로 공유했다. 공유된 법안들에 대해 여야는 각각 정당별 논의를 거친 후 임시국회 전 구체적인 협상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여야 원내대표들 간 회동을 통해서도 민생법안의 임시국회 처리를 위해 합의를 진전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시국회에서의 민생법안 처리는 녹록치만은 않다. 최근 여야가 최저임금 정책, 기무사 계엄령 문건, 드루킹 특검 등 이슈들을 두고 첨예한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립이 고조될 경우 협상이 어려워지고, 재차 국회 파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엇보다 여야가 임시국회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법안들에 대한 서로간의 입장차가 커 합의점을 이루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정치권 대다수의 전망이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본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 “규제혁신5법” vs 야 “규제프리존법”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은 민생법안은 규제혁신5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공정화법 개정안 등이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개정안, 규제프리존 특별법,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 등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당장 여야는 규제완화의 ‘정도’에 대한 차이를 명확하게 보이고 있다. 민주당에서는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산업융합촉진법 개정안, 정보통신융합특별법 개정안, 지역특구에 대한 규제특례법 개정안 등 4건의 규제샌드박스법과 행정규제기본법 개정안의 처리를 통해 기업들에 대한 혁신적인 규제완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들 법안에서는 기업의 신기술과 신제품 등에 대한 ‘선(先) 허용‧후(後) 규제’, 네거티브 규제 원칙 등을 명시하고 있다. 이 법안이 적용되면 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시장의 속도를 맞추는데 규제가 발목을 잡지 않을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지난 1일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규제혁신5법의 8월 국회 처리가 시급하다”면서, “규제혁신5법 등 민생경제 입법의 8월 국회통과에 야당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규제혁신5법이 민주당의 주장처럼 ‘규제혁신’을 가져오기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규제혁신5법보다 지난 박근혜 정부 당시 추진됐다 무산된 바 있는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이 현재의 상황에 더욱 적합하다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이 주장하고 있는 규제프리존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 27개 전략사업을 우선적으로 지정하고 규제 특례를 적용하는 법안이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산업‧교육‧의료‧관광 등 서비스 산업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분야를 한정짓지 않는, 보다 완화된 규제만이 현재의 위기 상황을 대처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규제혁신5법은 '미봉책'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우선순위 법안 공유했지만…‘빈손국회’ 우려

규제개혁법안을 제외한 나머지 주력 법안들에 대한 우선순위에도 여야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앞서 여야는 지난달 31일 민생경제법안TF 비공개 회의에서 각각 민주당 23건, 자유한국당 15건, 바른미래당 10건 등의 우선순위 법안을 공유했다.

이들 법안 중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의 ‘공정경제’ 정책을 지원하는 법안의 우선적인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세입자가 한 건물에서 최대 10년 동안 장사할 수 있도록 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별도의 단체를 구성해 가맹점과 대리점주가 프랜차이즈 본사와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가맹사업법, 대리점법, 공정화법 개정안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재건축을 정부가 임의로 늦추거나 통제하지 못하도록 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 처리에 보다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임시국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빈손국회’ 우려가 나오고 있다. 다만 국회를 향한 거센 비판 여론을 의식해 폭염‧혹한 등을 법적 재난으로 규정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폐지하는 내용의 전기사업법 개정안 등 여야가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비쟁점법안들은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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