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0도보다 에어컨 온도 높게 설정…일정 생활 패턴 유지도 중요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H씨(30대, 남)는 요즘 가마솥 더위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에어컨으로 열기를 식히지만 계속해 틀자니 전기세가 두렵다. 선풍기를 켜고 자려니 요즘같은 폭염에는 역부족이다. 이처럼 더위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다 출근하면 업무 중 자꾸만 잠이 쏟아진다. 회사 동료들도 비슷한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밤 서울 최저기온은 30.4도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지난 1907년 이후 111년 동안 하루 최저기온 가운데 가장 높은 기록이다. 앞서 지난 2일에도 서울의 밤사이 최저기온은 30.3도까지 치솟았다. 폭염이 진행되는 요사이 이틀 연속 초유의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열대야는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현상을 지칭한다. 서울 열대야 현상은 13일째 계속되고 있다. 

 

이같은 폭염과 열대야 속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잠을 규칙적으로 이루지 못해 몸의 리듬이 깨져 수면 부족이 불면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불면증으로 병원을 찾은 사람은 지난 2012년 40만4657명에서 2013년 42만5077명, 2014년 46만2099명으로 증가했다. 지난 2015년에는 50만명을 돌파했고, 2016년에는 54만2939명을 기록했다. 4년 새 환자 수가 34.2%나 늘은 것이다. 

 

폭염 속에서는 수면 중 자주 깨거나 잠에 들었어도 뇌가 깨어 있는 듯한 얕은 수면 상태가 지속된다. 기온이 올라가면 잠들기 어려운 것을 경험하게 된다. 우리 몸이 잠들기 위해서는 체온이 0.3도 정도 떨어져야 하지만 침실 온도가 높으면 체온을 떨어뜨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체온을 낮추기 위해 피부 바로 아래 혈관을 확장시켜서 피가 밖으로 돌게 하고, 또 혈액순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심장이 빨리 뛰게 된다. 그 결과 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되고 깊은 잠을 자기 힘들어진다. 

 

따라서 폭염이 지속될 때는 실온을 수면을 취하기 적합한 온도를 유지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존스홉킨스대학교 신경학과 레이첼 살라스 박사는 18~20도 범위가 수면에 적합한 온도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일반인들이 생각했을 때, 18~20도는 상당히 낮아 보이는 온도다. 사람의 심부체온은 잠을 자는 동안 자연스럽게 떨어진다. 그리고 잠이 깰 때가 가까워지면 심부체온이 서서히 올라가는데, 실내 온도가 낮으면 잠잘 때 나타나는 체온 저하가 좀 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 때문에 살라스 박사는 연구를 통해 18~20도가 수면에 적합한 온도라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이 온도는 개인마다 다르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본인의 적정 수면온도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18~20도 범위보다 에어컨 온도센서를 약간 높게 설정해 놓고 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개 에어컨은 높은 위치에 설치돼 있는데, 그 위치 온도는 침대나 바닥 등 생활공간보다 높다. 찬 공기는 아래쪽에 형성돼 누워있는 사람 주위 온도는 에어컨 온도센서보다 낮아진다. 만약 자신의 취침 적정 온도가 20도이면 22~23도 정도로 설정토록 한다. 

 

밤에 적당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상대적으로 낮에 졸음이 쏟아지게 된다. 이런 현상이 반복돼 불면증을 겪을 수도 있다. 불면증은 잠의 질을 떨어뜨리고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뿐만 아니라 업무집중방해, 교통사고 등을 유발하며, 집중력 저하, 불안 장애, 우울증 등 수면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여름밤 숙면을 위해서는 일정한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잠을 푹 자기 위해서는 전날 충분히 자지 못해도 항상 일정한 오전 시간 일어나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격한 운동보다는 가볍게 산책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덥고 갈증이 난다고 해서 수박이나 음료 등을 많이 먹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잠들기 전 수분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이뇨 작용이 촉진돼 깊은 잠을 이룰 수 없다. 카페인이 함유된 음식과 니코틴이 함유된 물질을 피하는 것이 좋다. 각성작용 때문에 숙면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차가운 물로 샤워하는 것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체온이 올랐다가 떨어질 때 잠이 잘 오기 때문에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조철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찬물로 샤워를 하면 일시적으로 시원함을 느낄 수는 있지만 피부 혈관 수축으로 체표면적이 줄어들어 체온을 낮추는 효율이 더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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