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파동 당시 국민 소비 억제하던 70년대 전기요금 책정방식 이어져

사진=셔터스톡

요즘은 정말 에어컨이 물이나 공기와 같은 생활필수품이 돼버렸습니다. 관측 이래 최고 온도를 연일 기록하는 날씨 속에선 ‘문 열고 가만히 있으면 안 덥다’, ‘그늘에 있으면 시원해진다’와 같은 이야기는 더 이상 통하지 않죠. 그래서 에어컨을 쐬려고 하건만 전기요금이 또 문제입니다. 차선책으로 공짜 에어컨을 쐴 수 있는 대형 마트나 쇼핑몰, 공공장소들로 사람이 모이다 보면 이번엔 혼란 그 자체입니다. 이처럼 날씨가 덥다보니 왜 산업용 전기는 저렴한데 일반 가정집은 전기료가 비싼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전문가에 따르면 현재 전기 요금 체계는 딱 70년대 한국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산물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대기업들은 전기세 부담 없이 공장을 굴려 국가 경제를 이끌어야 하고 일반 국민들은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도록 압박을 받았는데 그 산물이라는 것이죠. 

우리나라는 가정용 전기에 누진세를 적용합니다. 누진세 방식은 쉽게 말해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그에 등비례하게 요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일정 수준을 넘어갈 때마다 더욱 요금을 무겁게 과징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이 누진세는 70년대 석유파동이 벌어졌을 당시인 박정희 정권 때 국민들의 과소비를 막겠다는 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석유파동이 일어난 지 5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그동안 누진세를 거두려는 정부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이번에 문재인 정부에서 그 누진세를 손보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산업용 전기가 싼 이유는 말 그대로 우리 기업들의 경영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입니다. 공장은 중요한 기계들이 열을 받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냉방은 더욱 필수인데 전기요금이 싸다면 상당히 이득을 누릴 수 있겠죠?

허나 최근 들어 이같은 전기요금 체제가 과연 현실과 맞는지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산업용 전기 요금에 대한 것은 둘째 치고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동남아 국가들도 거의 1년 내내 마음 놓고 에어컨을 가동하고 사는데 한국인만 70년대처럼 냉방이 사치인 것처럼 사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입니다. 우리처럼 더운 일본 정부는 에어컨 사용을 독려했다고 하네요. 산업용 전기와 가정용 전기의 적정 요금선에 대한 논쟁이 날씨만큼 뜨거워지는 요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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