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분할재상장 종목 잇단 약세…기업가치 재평가 기회

한일시멘트가 오는 6일 분할후 재상장을 예정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분할후 재상장 종목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일시멘트는 다른 행보를 보일지가 관건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일시멘트는 인적분할을 통해 시멘트와 레미콘, 레미탈 등 사업부문을 신설법인으로 해서 오는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다. 기본 상장법인의 존속법인은 한일홀딩스로 거래된다. 

 

상장기업이 인적분할은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자주 활용되는 카드다. 주력 회사를 지주회사 및 사업회사 별로 분리해 재상장하면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통상 인적분할을 통한 재상장 이벤트시 분할된 종목들의 시가총액 합계가 분할전에 비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론적으로는 인수합병을 통해 신규사업을 추가하지 않는 이상 기업가치에는 변화가 없어야 하지만 기존 상장법인의 가격 부담을 낮추고 사업법인의 가치가 재부각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기존에 지주사로 전환한 대부분의 기업들의 시가총액 합계는 분할 재상장 이전과 비교해서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지주사 역할을 맡은 기업의 주가는 재상장후 약세를 보이지만 사업회사의 주가의 상승폭이 이보다 더 크기 때문에 상쇄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올해 들어 재상장을 진행한 종목들의 성적은 신통치 못하다는 점이다. 올해 분할후 재상장을 실시한 기업으로는 효성과 SK케미칼이 꼽힌다. 

 

SK그룹내 화학과 바이오 분야 대표기업으로 꼽히는 SK케미칼은 지난 1월 5일 SK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로 인적분할한뒤 재상장했다. SK디스커버리는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사업회사는 SK케미칼이 맡는 구조다. 즉 SK디스커버리는 자회사 관리와 사업포트폴리오 조정 등을 담당하고 사업회사 SK케미칼은 기존 화학사업과 제약사업을 그대로 맡는다. 

 

재상장 직후 SK디스커버리는 6만490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지만 이후 주가는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종가를 기준으로 SK디스커버리 주가는 3만3350원으로 분할 재상장 직후에 비해 반토막 수준이다. 

 

SK케미칼 역시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SK케미칼은 분할 재상장 직후 10만원대로 거래되다 이후 12만850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월에는 8만1300원까지 하락했다. 이날 종가는 8만8400원으로 여전히 약세다.

 

효성 역시 분할후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다. 효성은 사업별로 회사분할 및 지주회사 체제를 갖추기 위해 지난 6월 인적분할을 통해 재상장했다. 분할비율은 효성 주식 1주당 지주회사 0.39주, 효성티앤씨 0.12주, 효성중공업 0.27주, 효성첨단소재 0.12주, 효성화학 0.09주다. 그러나 분할된 기업들이 재상장 이후 약세를 보이면서 시가총액은 분할전에 비해 1조원 가량이 증발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인적분할 및 재상장 종목들의 약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보고 있다. 한일시멘트의 경우 지난해 현대시멘트를 인수하며 국내 시멘트 시장 1위 사업자라는 존재감도 작용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효성이나 SK케미칼의 경우 올해 화학 업황 전망이 흔들리면서 주가가 영향을 받은 측면도 적지 않다"며 "시멘트 업종의 경우 올해 대북 관련 기대감을 제외하면 성장세가 부각되지 못한 분야기 때문에 재상장후에도 과도한 약세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일시멘트가 오는 6일 분할후 재상장을 예정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 들어 분할후 재상장 종목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한일시멘트는 다른 행보를 보일지가 관건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시멘트 인수후 시멘트 업계 1위에 오른 한일시멘트의 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사진은 한일시멘트가 인수한 현대시멘트의 영월공장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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