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페드워치, 9월 인상 가능성 90% 반영…한국은 8월, 10월 의견 갈려

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미국의 경제활동이 ‘강한(strong)’ 속도로 성장했다고 진단하면서 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였다. 사진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9월 기준금리 인상설이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일(이하 현지 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시장에 기준금리를 곧 올리겠다는 강한 신호를 보낸 것이다. 미국이 내달 기준금리를 올리게 되면 올해만 세 번째 인상이다.

시선은 자연스레 한국은행으로 옮아간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린 이후 올해엔 요지부동이다. 경제 상황이 미국처럼 좋지 못한 까닭이다. 특히 소비자 물가 지표가 한국은행의 관리 목표치인 2%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향후 글로벌 경기가 침체됐을 때를 대비해 기준금리를 올려 통화여력을 높일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으로선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도 기준금리를 언제 움직일 지 의견이 갈리고 있다.

◇ 미 연준의 강한 자신감···9월 기준금리 인상 가시권

미 연준이 미국 경제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날 연준은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1.75~2.00%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준은 미국의 경제활동이 ‘강한(strong)’ 속도로 성장했다고 진단했다. 이전 FOMC만 하더라도 연준은 미국 경제에 대해 ‘견고한(solid)’이라는 수식어를 썼었다. 한 층 더 표현이 강화한 것이다.

연준이 이처럼 미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내달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였다. 시장에서도 이 같은 표현을 빌어 강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했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선물 시장은 올해 9월 26일 FOMC에서 25bp(basis point=0.01%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91.2% 반영했다. 9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1주 전에는 88.2%, 한 달 전에는 73.4%였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2.67~2.69% 선으로 2008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는 지표 상으로도 나타난다. 전기 대비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로 4.1%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3분기 이후 최고치다. 6월 말 기준 실업률 역시 4%로 완전고용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2분기 미국 소매판매는 1분기보다 1.9%, 지난해 2분기보다는 5.9% 늘었다. 생산과 소비, 고용 등이 지속해서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도 다른 표현을 했다. 연준은 이전 FOMC 때는 ‘물가상승률이 2%에 근접했다’고 했지만 ‘2%부근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는 연준의 물가 관리 목표치 2%에 근접해 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왔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 미국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대비 2.2%, 변동성이 큰 음식료와 에너지 물가를 제외한 근원PCE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9% 상승했다.

◇ ‘8월 vs 10월’···의견 갈리는 한국은행 금리 인상 시기

미국에서 9월 기준 금리 인상이 가시화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은 언제 기준금리를 움직일 지 오리무중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인상 시점에 대한 의견은 갈리고 있다. 향후 경기 침체를 대비해 통화정책 여력을 확보, 금융 시장 안정 등을 위해서는 기준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반대로 한국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점은 기준금리 인상을 제한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8월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보는 배경에는 통화정책 여력 확보나 금융 불균형 해소를 감안했을 때 이르면 이를 수록 좋다는 시각이 깔려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경기 상황을 보면 금리 인상 유인이 크지 않지만 통화정책 여력 확보와 내외 금리차에 따른 금융안정을 고려한 금리 인상 유인이 있다”며 “시점 측면에서도 경기 모멘텀이 안좋아질 것으로 보이는 올해 막바지보다는 조금이라도 여건이 괜찮은 8월에 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역시 통화정책 여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는 보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지난달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성장세가 예상대로 잠재 수준으로 가고 물가도 목표에 수렴하는 정도가 된다면 (완화 정도를) 조정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통화정책 여력 확보 차원에서도 완화 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10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을 제시하는 전문가도 있다. 금리를 당장 올리기엔 국내 경기와 대외적인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주장이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당위론적으로 올해 3분기까지는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수출 빼고는 좋은 지표가 없고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여건도 좋지 않아 8월은 기준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한국은행에서 정책 의지를 표명하고 있기 때문에 10월이 마지막 기회가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밝혔다.

실제 한국 경제는 수출 성장세를 제외하면 좋지 못한 상황이다. 고용 부문은 전년 대비 취업자 증가 폭이 올해 2~6월까지 5개월 연속 10만명대로 집계됐다. 이 같은 모습은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설비투자 역시 전년대비 증가율은 올해 1월 5.4%를 기록한 뒤 2월 1.2%, 3월 -7.6%, 4월-2.7%, 5월-3.2% 등으로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업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전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지난달 75로 지난해 2월 74를 기록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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