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 공세 회피·반격 자제로 시 주석 권력 강화 전략…전문가들 “현실 깨닫고 미국 설득할 새 전략 마련해야”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미국이 2000억달러(한화 약 224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올리는 것을 검토하는 등 통상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수출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안정’에 방점을 두고 무역전쟁을 대응할 새 전략을 짜는 데 주력하고 있다.

중국 관영 언론매체 신화통신 등은 1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고 하반기 정책기조에 대해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에선 상반기 경제에 대해 총체적 안정 속에 발전하는 추세를 유지했으며 경제 구도 역시 지속적으로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회의는 하반기 중국경제 운용의 방향을 전환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일각에선 미국과의 통상갈등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앞으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상대적으로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다만 중국 경제가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고 외부 환경에서 눈에 띄는 변화 역시 나타났다며 강력한 맞춤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는 최근 미중 무역갈등을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지난 7월 미국과 중국이 서로 관세 폭탄을 주고받으며 무역전쟁이 본격화한 만큼, 중국의 수출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중국 정부가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최고위 지도부는 회의에서 “현재 중국의 경제운용은 평온함 속에 일부 변화가 생기며 새로운 문제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외부환경에 뚜렷한 변화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 미국, 2000억달러 중국 수입품 관세율 25%로 인상 공식 확인으로 대중 압박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2일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당초 계획한 10%에서 25%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공식 확인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생선, 석유, 화학제품, 핸드백 등 중국산 수입품에 붙는 관세율을 25%로 확정할 방침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러한 움직임은 향후 중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압박 조치로 해석된다. 이에 중국은 무역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새 전략을 짜는 데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일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이 미중 무역전쟁 관련 전략 수립을 위한 자문을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고 보도했다. 자문을 구하는 대상은 중국 안팎 싱크탱크부터 기업인, 재계 관계자 등이다.

미국 비영리기구인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 제이크 파커 중국업무 부대표는 “중국 정부는 미국 의중을 파악하고 관계 개선을 모색하기 위해 최근 들어 미 기업 대표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 이들은 어떻게 하면 미국과 대화를 재개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중국의 시도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한편,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 중단을 위해 다시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외교부 산하기관인 중국국제문제연구소 텅젠췬 연구원은 “중국은 지금까지 이번과 같은 공격적인 도전에 직면한 적이 없었다”며 “중국은 장기전을 위한 지속가능한 전략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걸 인식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6일 340억달러 규모 중국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160억 달러어치 수입품에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이어 2000억달러 규모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한 바 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사실상 중국에서 수입되는 모든 제품인 5000억달러어치 수입품에도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압박했고 2000억달러 수입품에 대한 관세도 10%에서 25%로 상향조정할 것을 공식화했다.

중국 정부 내에서는 이러한 관세 폭탄이 현실화하면 자국 경제성장률이 크게 떨어지고 기업들이 무더기로 도산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무역전쟁의 심각성을 깨닫고 미국 등 서방국가를 설득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바라보는 기준이 각기 다르다. 중국의 경우 미국과 맞서 얻을 수 있는 게 별로 없고, 중국 내 정치 문제에서도 1인자로 구축되기 어려운 상태이기 때문에 굳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맞불을 놓지 않으려는 것이다”며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 공세를 일정부분 수용하면서 무역 부분이 아닌 관세 등 디테일한 부분을 정리하려는 것이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이어서 “중국은 내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를 받아주면서도 대외적으로는 맞서지 않는, 전체적으로 중국의 안정성과 국가적 실리를 챙기려는 전략을 세운 것 같다”며 “미국에 맞대응하면 판이 커지기 때문에 공세에 대해선 회피하고 미국에 대한 반격을 자제하면서 내부적으로 시장을 안정화시켜 시진핑 권력을 강화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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