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영업이익률 3.5%…제네시스, 韓‧美 시장 올 들어 최저 판매량

현대자동차가 수익성 제고를 위해 내놓은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올 들어 최저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7.1% 고꾸라진 현대차로선 앞길이 캄캄한 상황이다. 제네시스는 하반기 EQ900, G80, G70의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과 연식변경을 통해 반전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심화하는 수입차 할인 경쟁이 전망을 어둡게 한다.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에서도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이달 출시 예정인 G70가 얼마큼 활약하느냐에 따라 브랜드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지난 1일 현대차 집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지난달 총 4012대 팔렸다. 이는 약 2년 만에 최저 판매량으로, G70가 출시되기 전 EQ900G80만으로 상품군이 꾸려졌을 때보다도 저조한 실적이다. 제네시스 판매 저하는 특히 올 들어 심화하고 있다. 1월만 하더라도 6404대의 판매고를 올렸지만, 6개월이 지난 현재 판매량이 37.4%나 뚝 떨어졌다.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간 개소세 인하 혜택도 제네시스를 비껴갔다.

 

 

/그래픽=김태길 디자이너

현대차 영업이익률 3.5%수입차 할인 공세가 버거운 제네시스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수익성을 위해 내놓은 브랜드다. 한 마디로 차 한 대 팔아 남는 돈이 적다 보니, 고급차를 팔아 이윤을 많이 남기겠다는 의도를 담아 출시했다. 특히 현대차는 1년 전인 지난해 8월에는 47팀 체제의 제네시스 전담 사업부 조직을 꾸리면서 제네시스에 잔뜩 힘을 줬다.

 

현대차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급락하면서 제네시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37.1% 감소한 1632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5.4%에서 3.8%1.6%포인트 추락했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수익성 제고를 외치고 있지만, 이익률은 자꾸 뒷걸음질 치는 추세다. 여기에 현대차 수익성 방어 최후의 보루 격인 제네시스 마저 무너지며 오히려 현대차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제네시스는 올 하반기 대대적인 상품 개선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플래그십(최상위 모델) 세단 EQ900 부분변경과 함께 G80, G70의 연식변경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점점 격화하는 수입차 업체들의 할인 경쟁이 걸림돌이다. 제네시스가 고급 브랜드를 표방한 만큼 고급 수입차와의 경쟁이 필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차 업체들의 파격적인 할인이 제네시스 성장을 방해한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수입차 업체들이 할인을 무기로 거침없이 몸집을 불려나갈수록 제네시스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시장, 수익성과 이미지 모두 놓쳤다G70 출격 반전 불러올까

 

제네시스의 부진은 국내서 뿐만이 아니다. 미국 시장에서의 부진은 현대차의 미간을 더 깊게 파고 있다. 제네시스는 지난달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1월에만 해도 1613대가 팔렸는데 지난달엔 615대 팔리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44대 판매고를 올린 것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62.6%나 급감했다.

 

현대차는 최근 제네시스 판매량이 급감한 것을 두고 플릿(fleet) 판매 축소 탓이라고 설명한다. 플릿 판매란 개인 고객이 아닌, 관공서, 기업, 렌터카 업체 등에 차량을 판매하는 것을 일컫는다. 대량으로 차량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현대차는 초기 제네시스 시장 확보를 위해 플릿판매를 주요 전략으로 삼았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제네시스가 미국에서 고전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몇 달 간 판매량이 많이 떨어진 것은 플릿 판매 감소 탓이라며 다만 8,9월에는 판매가 확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70의 출시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G70 출시를 앞두고서도 제네시스 판매 확대에 대한 기대감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그룹이 현재 미국에서 품질 논란을 겪고 있어 브랜드 이미지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올 초 에어백 문제로 대규모 리콜을 한 데 이어, 최근에는 차량 화재 문제가 불거지며 미국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 제네시스가 아직 현대차와 이미지 분리가 뚜렷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현대차 품질 논란이 제네시스 시장 확장을 억제하는 요소로 작용할 거란 분석이 따른다.

 

전문가들 역시 이와 같은 점을 제네시스의 한계점이라 지적한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토요타의 렉서스가 미국에서 고급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 만큼, 제네시스 역시 단기간에 좋은 모습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제네시스 고급화를 위해서는 판매 타깃을 정확히 설정하고, 현대차와의 딜러망 분리, 그리고 장기적으로 SUV 상품군 확대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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