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야 되겠지만 MC사업부로선 손해 커…테스트 비용 부담

LG전자가 또 시그니처 에디션 폰을 판매한다. 물론 무리 없이 제한된 300대 수량은 소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시그니처 에디션이 과연 모바일 사업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LG시그니처는 LG전자만의 초프리미엄 브랜드다. 정제된 아름다움, 최고 성능, 혁신적 사용성을 지향하는 최고급 제품이다. 기존에 출시되는 제품에서 한 걸음 나아가 고가·고성능으로 남들보다 뛰어난 제품을 소비하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제품군이라고 볼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란 등 중동 부호들을 공략하기 위한 제품이 있을 정도다.

이런 전략은 가전에서 통했다. 그래서 LG전자는 올해 상반기에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시그니처를 내세워 프리미엄 라인업을 갖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이것은 기존에 LG전자가 생활가전, TV에서 우수한 역량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기본 체력이 있기 때문에 한 발 더 나아간 시그니처 전략이 가능했다.

그러나 모바일은 사정이 다르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1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판매 부진에다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발탁하면서 마케팅 비용은 더 늘어나 전 분기와 지난해 동기 대비 적자폭도 더 커졌다. 날이 갈수록 모바일에서는 브랜드 파워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MC사업본부로서는 적자를 메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최대한 손실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서동명 LG전자 기획관리 담당은 지난달 26일 컨퍼런스 콜에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당분간 저성장이 예상된다”면서 “원가개선에 따른 가격경쟁력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LG 시그니처 에디션은 이런 전략과 상당히 배치된다. 보통 스마트폰을 판매해서 수익이 나려면 100만대 이상 팔아야 한다. 그만큼 연구·개발, 테스트 비용이 많이 든다는 얘기다. 시그니처 에디션은 어떤가. 고작 300대밖에 팔 수 없다. 수익을 내기 어려운 것이다.

게다가 원가 자체도 비싸다. 명품 시계에서 사용하는 재질을 스마트폰에 사용하는데 이 재질은 다루기 까다로운 소재라고 한다. 이 소재로 만든 폰을 테스트하기 위해서 샘플을 만드는 비용이 클 수밖에 없다. 테스트 제품은 3000대 가량 될 것으로 추정됐다. 큰 비용을 들어가지만 결국에는 대부분 버려지는 것이다.

시그니처 에디션 출시 소식에 부정적인 의견도 잇따랐다. 구매를 원하는 이들도 많지만 MC사업을 놓고 보면 좋지 못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예상보다 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시그니처 에디션이 이미지 전략이라고 하지만 구색 갖추기라고 보는 시각이 더 많다. 다른 제품군에서 시그니처 제품이 있으니 스마트폰도 빠질 수 없는 것이다. 적자인 상황에서 더 무리가 가는 전략이 과연 도움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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