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관세 면제를 위한 ‘원산지 증명’ 부족 지적

사진=연합뉴스

 

롯데상사가 혼합자일렌 수입과정에서 부과된 관세 6억여원을 취소해 달라고 제기한 소송에서 졌다.

대한민국정부와 미합중국 간의 자유무역협정(한미 FTA 협정)에 따른 특혜 관세율을 적용하는 과정에 ‘원산지 증명’을 강조한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 부장판사)는 롯데상사가 세무관청을 상대로 “6억여원대 관세를 취소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롯데상사는 2012년 3월~4월 미국에 있는 정유회사 A사로부터 혼합자일렌(폴리에스테르 섬유나 휘발유 첨가제를 만드는 벤젠·톨루엔·자일렌의 원료)을 수입하면서, 한미 FTA 협정에 따라 협정관세율 0%를 적용해 수입신고했다.

하지만 세무관청은 이 사건 상품이 FTA 협정에 따른 원산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2014년 5월 총 5억 8100여만원의 관세를 부과했다.

한미 FTA 협정에 따르면 양국은 상대국의 원산지로 하는 수입물품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거나 세율을 연차적으로 부과할 수 있다. 특혜 협정관세율을 적용하려면 다른 당사국의 영역으로부터 자국 영역으로 수입되는 상품이 원산지 상품인지 확인하기 위해 ‘원산지검증 조사’ 등을 할 수 있다.

롯데상사는 조세심판원 심판청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번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쟁점은 A사의 혼합자일렌 재고관리기법이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평균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A사는 자체 생산한 혼합자일렌과 외부에서 구매한 혼합자일렌을 동일한 보관시설에서 보관하고 있었는데, 원산지를 두고 사측과 세무당국의 주장이 갈렸다.

롯데상사 측은 A사의 재고관리기법이 평균법을 사용해 협정관세율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고, 세무당국은 A사가 자의적이고 신뢰할 수 없는 재고관리기법을 사용한다고 맞섰다.

법원은 세무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사가 제출한 재고관리시스템 자료를 보면 그 자료들이 수출한 상품의 원산지, 비원산지 물량을 정확히 반영한 것인지에 관한 의문이 든다”면서 “원고는 A사가 사용하는 재고관리기법이 ‘미국에서 인정되는 회계원칙에서 인정되는 재고관리기법’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증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미 FTA 협정은 수입자에게 그 상품이 특혜관세대우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도록 요구하고 모든 기록을 수입일로부터 5년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원고는 관련 서류가 A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현장 방문조사를 요구하는 등 원고가 한미 FTA 협정 등에서 정한 원산지증빙서류를 갖출 의무와 그 보관 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미 FTA 협정 등은) 수입자가 원산지 상품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정보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 특혜관세 대우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해 비당사국의 상품이 특혜관세대우를 받게 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면서 “세무당국이 한미 FTA 협정관세율을 배제해 관세를 부과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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