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폭염 탓에 마트나 복합몰로 손님 몰려”… 천막·운영시간 조정 등 활로 모색
전통시장 상인들과 자영업자들이 한 달 가량 이어지는 폭염에 울상을 짓고 있다.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다보니 소비자들도 시원한 대형마트나 복합쇼핑몰을 찾을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들은 가게 앞 천막을 치거나 운영시간을 조정하는 등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기자가 31일 오후 중구와 마포구 일대 주요 상권을 직접 둘러보며 온도를 잰 결과, 마트와 시장의 평균온도는 최대 14도까지 차이가 났다. 가장 온도가 높았던 곳은 마포구 연남동이었다. 낮 12시 연남동 기온은 39도까지 치솟았다. 연남동은 최근 젊은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권이다. 학생들의 방학이 시작된 7월임에도 점심시간의 연남동은 조용했다.
연남동에서 카페를 하고 있는 이가림(31)씨는 “손님들이 대부분 해가 떨어지는 오후 7~8시 이후에 몰린다. 낮에 오기엔 햇빛이 너무 세고 덥기 때문”이라며 “3~4월에는 테이크아웃 해서 연남동 공원에서 커피를 마시는 손님이 많았는데 지금은 거의 매장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간다”고 말했다.
3년 전 마포구에 터를 잡은 식당 주인 최 모(40)씨는 “골목 상권에게 무더운 여름은 적이다. 요새 날씨가 너무 더워서 대부분 사람들이 복합몰이나 영화관 등을 더 찾는다. 휴가철이 겹친 것도 손님 감소에 한몫했다”며 “원래 낮 11시에 영업을 시작했지만 올해 여름부턴 낮 12시 시작으로 영업시간을 살짝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남대문 시장은 오후 2시에 32도를 기록했다. 남대문 시장 상인들은 가게 앞까지 천막을 길게 펴 햇빛을 가렸다. 어떤 매장은 매대 앞까지 바람이 갈 수 있도록 에어컨을 세게 틀어놓기도 했다. 대부분 가게들은 선풍기 하나로 버티고 있었다. 그마저도 매장이 없는 무점포 상인들은 가판대를 지키며 햇빛을 겨우 피하고 있었다.
가방 등 잡화를 팔고 있는 김모씨(54)는 7월 내내 이어진 폭염에 상대적으로 손님 발길이 끊기긴 했지만 관광객 덕에 그나마 장사를 이어가고 있단다. 김 씨는 “남대문시장은 그나마 명동과 가까워 외국인들이 찾고 있지만 손님이 많은 것은 아니다”며 “더위에 불경기까지 겹치니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특히 전통시장은 환경적 요인에 타격을 크게 받는 곳이다. 시장 상인들은 대형마트와 백화점, 복합쇼핑몰에 소비자를 뺏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상인들은 정부가 스마트시장 등 시설관리 제도를 펼치고 있지만 아직 속도가 더디다고 보고 있다.
한편 서울역에 위치한 대형마트와 명동에 위치한 백화점 온도는 25~26도로 매우 쾌적했다. 공간이 넓고 쉴새없이 에어컨을 틀고 있기 때문이다. 마트와 백화점엔 평일 낮임에도 손님들이 많았다. 서울역 대형마트 안에서 프랜차이즈 식품 매장을 운영하는 김 모(53)씨는 “최근 더워서 손님이 많아졌다. 대부분 냉면이나 메밀면 등을 주문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평균온도 25도’를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25도가 넘는 매장은 피한다. 여름철에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보다 대형마트가 더 잘되는 이유”라며 “더위나 환경적인 문제는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통제할 수 없는 변수다. 휴무일 확대 같은 한시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