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통상전쟁 한국에 부정적 영향 미칠 것…보호무역주의 확산 가능성도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미중 무역전쟁이 전면적으로 확산된 가운데 미국이 유럽연합(EU)과 휴전을 선언하고 미중 무역전쟁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지금까지 일방적으로 당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 미국 IT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제재하고 유럽연합과 공조방안을 협의하는 등 통상갈등 대비 태세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미국은 지난 6일 동부시간 기준 오전 0시 1분부터 관세를 발효했다. 미국 행정부는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에 대한 제재로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고, 34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새로운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200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매길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이 무역 마찰로 보복할 경우, 중국 제품 전체 5050억 달러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중국은 지금까지 미국에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중국의 미국산 수입 규모가 1300억 달러에 달했지만 중국은 사실상 미국과 같은 액수의 관세 보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미국 기업에 대한 사업 인허가 불허, 미국 제품에 대한 검역 강화 등의 보복 조치를 취하고 있다.

◇ 퀼컴 NXP 반도체 인수안·페이스북 자회사 중국 시장 진출 무산

미국 반도체 업체 퀼컴의 대규모 인수 협상이 중국의 반대로 무산되고, 중국시장 문을 두드려온 페이스북의 진출 시도가 좌절됐다. 미국이 중국 첨단기업들의 자국 진출이나 성장을 억제하는 가운데 중국도 보복 조치를 취하는 모양새다.

일각에선 퀼컴과 페이스북의 중국 진출 무산은 미국이 중싱(中興 ZTE)이나 화웨이(華爲) 등 중국 기업들의 자국시장 진출을 막고 제재하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퀼컴은 지난 25일 네덜란드 엔엑스피(NXP) 반도체 인수 계획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모바일 반도체 1위 퀼컴이 차량용 반도체 전문 업체 엔엑스피를 440억달러(한화 약 49조원)에 인수한다는 계획은 반도체 업계 사상 세기의 거래로 불려왔다.

퀼컴은 2016년 인수 계획을 밝힐 때 가격을 380억달러로 제시했지만, 엔엑스피 주주들이 반대하자 올해 초 16% 올린 값에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만 해도 중국이 인수를 승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미국이 중국 통신 기업 중싱에 대한 제재를 완화한 것에 중국도 화답하면서 무역 갈등이 무마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퀼컴은 인수·합병이 초대형 반도체 업체의 탄생을 의미하는 만큼 반도체 관련 각국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한국과 EU 반독점당국이 지난 1월 조건부 승인을 하는 등 9개국 가운데 8개국이 승인했지만, 중국은 미국과 무역전쟁을 펼치면서 결국 승인하지 않았다.

아울러 중국은 미국의 대표적 반도체 기업인 퀼컴이 네덜란드 반도체 업체인 NXP 인수를 불허함으로써 퀼컴의 계획을 무산시킨데 이어 페이스북의 중국 자회사 설립을 불허하기도 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27일 “중국 정부가 동부 저장성에 자회사를 세우려던 페이스북의 계획을 승인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하루 전날까지만해도 중국 정부의 기업신용정도 데이터베이스에는 페이스북이 중국에 자회사를 설립하도록 허가받은 것으로 돼 있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중국은 세계 각국과 발전 기회를 나누고 싶다. 현지 법규를 준수하고 관련 규정의 요구 사항을 이행한다면 중국에 오는 걸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는 현지 법규의 준수와 관련규정 이행을 이유로 페이스북의 자회사 설립허가를 취소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미중 무역전쟁 우리 경제에 부정적 결과 초래”

기획재정부는 30일 ‘2018년 상반기 세계경제동향’을 통해 올 하반기 국제무역에 영향을 미칠 4가지 쟁점 사항을 짚으며 앞으로 미중 무역전쟁이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로 확산하면서 우리 경제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기재부는 △미중 통상갈등 △미국의 철강관세 부과에 따른 주요국 보복관세 확산 △미 중간선거 등 정치리스크 △미국의 자동차 수입규제 부과 가능성 등을 4대 쟁점으로 꼽았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중간선거 등 정치 일정에 의한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글로벌 보호 무역주의가 지속 확산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또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지난해 12월 35%에서 지난 6월 41%까지 상승하는 등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자국 우선주의 기조의 보호무역주의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기재부는 “선거 결과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글로벌 보호무역주의는 지속될 전망이다”며 “무역전쟁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증시 및 원자재 가격 하락 등 향후 세계경제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리 경제와 세계 경제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상황을 모니터링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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