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비용 놓고 내부갈등 심화…“날림 신청 하나둘 뒤탈이 나고 있는 것”

30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강남 재건축 사업장 곳곳에서 설계, 사업비 등을 놓고 조합원들 간 갈등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급하게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한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 사진=뉴스1

 

 

강남 재건축 사업장 곳곳에서 무상 특화설계 등 조합이 진행한 절차를 놓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소송이 일어나는가 하면 조합이 취소되는 단지도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해 벼락치기식으로 몰아쳤던 관리처분인가 신청의 부작용이 나타나는 중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30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반포주공1단지 3주구는 지난 28일 조합원 총회에서 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시공사선정을 진행한 이후 약 8개월만이다. 반포 3주구는 지난해 11월부터 시공사 선정을 위한 경쟁 입찰을 3차례 열어왔으나 현대산업개발만 단독 입찰해 모두 유찰됐다.

 

조합은 지난 4월 현대산업개발을 수의계약 우선협상대상자로 전환해 협상을 본격적으로 진행해 왔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현대산업개발이 조합에 제출한 계약서에 1200억원대 특화설계 무상 제공 내용이 빠지고 공사범위가 누락됐다며 반발했다.

 

이에 현대산업개발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조합원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키로 했고 시공사 선정이 완료되면서 논란은 일단락 된 모습이다. 이에 따라 대의원회의가 현대산업개발과 1~2개월간 협의해 결과가 나오면 시공자 본 계약을 체결한다.

 

다만 아직까지 반발하는 조합원들이 남아 있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만 된 것이지 아직 계약서 내용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대의원에서 논란이 된 계약부분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 단지인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도 이미 시공사를 선정했지만 무상 특화설계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건설이 이를 공사비에 포함한 것으로 국토교통부 조사결과 밝혀지면서 검찰 수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비업계와 일대 주민은 이번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하고 있다. 수사 결과가 기존에 대기 중인 관리처분인가 여부에 영향을 끼칠 수 있어서다.

 

다른 한편에서는 조합원 간 소송전도 벌어지고 있다. 1·2·4주구 조합 내 조합원 352명은 올 1월 서울행정법원에 관리처분계획 총회 결의 무효 확인소송을 냈다. 조합이 분양 과정에서 법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고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약속했던 특화설계 등 계약조건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서초구 잠원동 한신4지구 역시 GS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된 후 혁신설계 명목으로 1400억원 공사비가 증액되자 일부 조합원들이 GS건설을 상대로 시공사 선정 무효 소송을 제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15차는 조합이 대우건설이 제안한 특화설계안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사비 증액 문제가 불거지자 계약 해지 위기까지 갔다가 겨우 갈등이 봉합된 상태다.

 

잠실 진주아파트는 일부 소유자들이 시공사 선정 무효를 주장하는 내용의 소송을 진행했다가 지난달 패소했다. 소유자들은 2003년 말 진행된 시공사 선정이 옛 제도의 법정 시한 이후라며 위법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합은 내달 주민 총회를 개최하고 공사도급계약 체결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패소한 소유자들이 항소하거나 새로운 총회개최금지 가처분 신청 시 사업 일정이 추가로 변동될 소지가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잠실 미성·크로바아파트 역시 일부 조합원들이 시공사에서 약속한 무상설계가 건축계획서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송파구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잠원동 신반포12차아파트는 법원으로부터 재건축 조합설립인가를 취소하라는 판결을 받아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쳐했다.

 

이들 단지는 공통점은 모두 지난해 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관할구청에 서둘러 접수하면서 환수제를 피한 곳들이다. 사업시행 인가에서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 접수까지의 소요 시간을 절반 가까이 단축하는 등 사업을 빠르게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환수제를 피하기 위한 벼락치기신청이 부작용이라고 분석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무조건 신청하고 보자는 식의 행태가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둘 뒤탈이 나고 있는 것이다소송 등 진행 상황에 따라 인가를 다시 신청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절차에 대한 매듭을 잘 맺어야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 정비업계 전문가는 보통 사업승인 후 관리처분계획인가 총회를 열기까지 6개월 정도 걸리지만 이들 단지들 경우 사업승인을 받은 이후 2~5개월 만에 관리처분 총회를 열었다속도가 빠른 만큼 날림으로 할 가능성도 있어 향후 사업이 더 지연되는 등 더 큰 혼선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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