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조원 규모 서울 25개 자치구, 10조원 규모 인천시도 치열한 접전 예상

 

최근 서울시금고 쟁탈전에서 신한은행이 104년만에 우리은행을 꺾은 가운데, 하반기에도 서울 25개 자치구와 인천광역시, 전라북도, 세종시 등에서 치열한 금고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 이미지=조현경 디자이너
최근 서울시금고 쟁탈전에서 신한은행이 104년만에 우리은행을 꺾은 가운데 하반기에도 서울 25개 자치구와 인천광역시, 전라북도, 세종시 등에서 치열한 금고 쟁탈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막오른 서울 25개 자치구금고 쟁탈전…우리·신한, '박빙 승부'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중구를 시작으로 25개 자치구가 차기 구금고 선정 절차에 속속 돌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25개 자치구금고 은행 약정은 일제히 오는 12월 31일 만료된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각 구별로 차기 금고 운영 금융사를 선정하는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

25개 자치구 1년 예산을 합치면 약 16조원에 달한다. 구금고로 선정된 은행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4년간 구의 세입금 수납·세출금 지급과 유휴자금 보관·관리 등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은행 입장에서는 어느 한 곳도 놓치기 아쉬운 고객인 셈이다.

현재 25개 자치구 금고 대부분은 우리은행이 맡고 있다. 신한은행이 용산구 1·2금고와 강남구 2금고를, 국민은행이 노원구 2금고와 양천구 2금고를 담당하는 것 외에 모두 우리은행이 관리하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다. 신한은행은 서울시 1금고 은행으로 서울시의 일반·특별회계 관리 등 주전산 시스템을 운영한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구금고 업무의 상당 부분을 서울시 전산 시스템과 연계해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은행은 100년 넘게 운영해온 노하우와 금고 운영 전문 인력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출연금 규모가 당락을 크게 좌우할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시금고 선정 기준의 경우 은행간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이 서울시 1금고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도 우리은행의 2배 이상인 3000억원의 출연금을 낸 것이 주효했다.

◇인천시금고 선정 위해 물밑작업에 나선 시중은행들…하나·신한, 물밑 작전 치열

연간 10조원 규모의 인천시금고도 빠르면 다음주부터 공모 절차에 들어갈 전망이다. 인천시 금고는 서울시와 마찬가지로 1금고와 2금고로 나뉜다. 1금고는 일반회계를 비롯해 공기업 특별회계 및 기금을 다루며 2금고는 기타 특별회계를 취급한다. 현재 인천시 1금고는 신한은행이, 2금고는 NH농협은행이 관리하고 있다.

인천시금고 선정과 관련해 KEB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치열한 물밑 작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시금고가 중요한 것은 향후 10개 구·군의 금고지기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007년 인천시 금고를 맡아 왔다. 강화·옹진(농협)을 제외한 8개 구 금고도 자연스럽게 신한은행이 맡고 있다. 신한은행은 서울시금고 선정에 이어 인천시금고 수성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이 지난 20일 하반기 경영전략회의 장소로 평소의 경기도 용인 신한은행 연수원 대신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 신관을 고른 것도 인천시금고 입찰을 염두에 뒀다는 시각이 유력하다.

현재 신한은행의 강력한 라이벌은 KEB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주 차원의 대규모 투자를 앞세우며 인천시 공략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 2012년부터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하나금융타운 조성을 추진해왔다. 하나금융타운에는 지난해 준공된 통합데이터센터에 이어 2022년까지 인재개발원, 금융지원센터 등이 들어서게 된다. 상주인력만 7000명에 달하고 가족까지 포함할 경우 2만여명이 청라주민이 되는 셈이다.

특히 최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과 함영주 KEB하나은행장이 함께 인천시를 찾아 그룹 내 사회공헌위원회를 발족한 것도 인천시금고 선정을 염두에 둔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아울러 신한은행에게 서울시금고를 뺏긴 우리은행 역시 막판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2금고를 운영중인 농협 역시 적극적인 수성에 나설 전망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들이 시금고 잡기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지자체 예산 관리를 통한 수수료 이익도 있지만 결국은 하나의 상징성 때문”이라며 “다만 일각에서는 과도한 출연금을 문제삼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 역시 이 부분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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