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 이행 행보…“이행조치 가속될 것”

/그래픽=조현경 디자이너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27일을 계기로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유해송환이 현실화되면서 북·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관련 첫 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의 공동성명 이행을 행동으로 실천하면서 북미간 신뢰로 비핵화·종전선언 등에 대한 논의도 빠르게 진전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미는 이달 중순 판문점에서 유해 송환 실무회담을 갖고 미군 유해 50여구를 27일 송환하기로 합의했다. 유해 송환은 비핵화와 직접 관련 있는 조치는 아니지만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 성명의 첫 이행 조치다.

미 백악관은 26일(현지시간) 북한으로부터 한국전쟁 때 전사한 미군 유해를 인도 받았으며, 현재 군 수송기가 한국 내 미군 기지로 이송 중이라고 밝혔다. 공식 유해 송환 행사는 다음 달 1일 개최될 예정이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역사적인 싱가포르 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미 관계 변화, 영구적인 평화 구축을 위한 대담한 첫 발걸음을 뗐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오늘 김 위원장은 미군 유해를 송환하겠다고 대통령에게 한 약속의 일환을 지켰다. 우리는 북한의 행동과 긍정적 변화를 위한 추진력에 고무됐다”며 “오늘 조치는 북한으로부터의 유해 송환을 비롯해 5300명으로 추정되는, 아직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국인들을 찾을 북한 내 현장 작업 재개를 위한 중대한 첫 발걸음이다”고 밝혔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미군 유해 송환을 미국과 북한 간의 관계 개선 신호로 환영해야 한다. 유골이 인도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전쟁을 마침내 공식적으로 끝내고 북한과의 평화조약에 서명하겠다는 선의의 제스처를 보여야 한다”고 전했다.

폭스뉴스는 “이같은 노력이 성과가 없을 수도 있고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시도하지 않으면 영원히 모른다는 것이다”고 보도했다. 폭스뉴스는 북한의 비핵화 프로세스가 크게 진전할 것이라면서 종전협정을 해도 ‘선 비핵화, 후 제재완화’라는 트럼프 행정부 원칙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CNN은 김두연 신미국안보센터(CNAS) 연구원 주장을 인용해 “유해 송환을 두고 북한은 싱가포르 합의의 절반은 이행했다고 주장하며 요구 사항을 늘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공동성명 제4항에 명시된 미군 유해 송환을 실천으로 옮기면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종전선언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우리 정부 또한 조기 종전선언을 위해 당사국들과 협의에 나섰고, 중국도 개입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과 쿵쉬안유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정전협정 65주년을 계기로 평양에서 외교차관 회담을 가졌다. 중국은 북한과 외교 부문에서 소통을 강화하고 양국 최고지도자의 중요한 공동인식을 실현하며 북중 관계의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리 부상과 쿵쉬안유 부부장 회담이 인민문화궁전에서 진행됐다”며 “두 나라 최고 영도자들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조중 친선관계를 새로운, 높은 단계로 발전시키기 위해 두 나라 외교부문 사이의 의사소통과 전술적 협조를 강화하는 문제들을 심도 있게 토의했다”고 보도했다.

쿵 부부장은 “중국은 북미 최고지도자의 공동인식 실현과 남북 양측의 화해 협력 추진을 지지한다. 중국은 각국과 함께 노력해 한반도 비핵화를 추진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구축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쿵쉬안유 부부장의 방북인 만큼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비롯해 대북제재 등 다양한 내용이 논의됐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또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 관련 논의도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북한이 미군 유해를 송환시키면서 북미정상회담 합의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이를 통해서 북한은 북미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행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동시에 북한은 미국도 이에 대한 화답을 원한다고 무언의 메시지를 던지는 듯한 모습이다”며 “미국도 화답하면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기본 내용을 바탕으로 실무적으로 고위급회담 등 문제를 풀어나가면, 종전선언은 물론 비핵화 문제도 1~2년 내 의미있는 성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미군 유해 송환은 북한 입장에선 미국 행정부에 대한 예우이고, 이 예우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약속했던 것을 이행한 것과 연관된다. 이에 9월 쯤 남·북·미 정상회담도 개최될 가능성이 크다”며 “외교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미군 유해를 송환한다는 메시지는 북미간 신뢰감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앞으로 북미간 논의 및 이행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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