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마케팅 혁신에 다른 은행들도 가세…경쟁력 유지가 관건

카카오뱅크 이용우, 윤호영 대표이사./사진=카카오뱅크

인터넷전문은행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가 오는 27일 출범 1주년을 맞는 가운데 그간 카카오뱅크의 행보에 대해서도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그 중에서도 은행권에 비대면 서비스와 2030 마케팅 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카카오뱅크, 비대면 바람 이끌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근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은행들이 비대면 신용대출을 활성화시켜 나가는 등 신용대출의 접근성 및 거래 편의성이 제고됐다”고 밝혔다. 먼저 인터넷은행으로 출범한 케이뱅크가 비대면 은행 체제를 시작했지만, 카카오뱅크 가입자 수가 케이뱅크보다 9배 많은 것을 고려했을 때 카카오뱅크가 은행권에 미친 비대면 서비스 영향은 절대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용우 카카오뱅크 대표는 2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카오뱅크의 출범으로 은행은 더 이상 직접 가야 하는 곳이 아니게 됐다”며 카카오뱅크가 비대면 은행 서비스를 활성화했음을 강조했다. 카카오뱅크 서비스의 56%는 일반 은행이 영업을 하지 않는 오전 9시 이전과 오후 4시 이후에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은행을 방문할 수 없는 시간에도 모바일로 손 쉽게 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서비스는 다른 은행권에도 비대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일명 ‘메기효과’다. 이 대표는 “다른 금융회사들도 모바일을 중심으로 서비스 전략을 펼쳐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시중은행들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해 비대면 서비스를 늘리는 모양새다. 고객 편의를 위해 기존에 출시했던 여러 앱들을 하나로 합친 ‘통합 앱’이 대표적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월 기존 6개 은행 앱을 끌어모아 통합 앱 ‘쏠(SOL)’을 출시했다. 농협은행도 NH투자증권과 농협카드의 서비스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올원뱅크’를 개편했다.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는 앱 하나에서 모든 업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설계해놨다. 고객 입장에서 편리함을 생각했기 때문이다”라며 “많은 금융회사들이 여러 앱을 내놨다가 최근 하나로 통합하고 있다. 다른 회사들도 이제 고객 편의를 생각하게 됐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비대면 전용 플랫폼도 꾸준히 나오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1일 기업고객을 위한 비대면 서비스 ‘Star CMS’를 출시했으며 신한금융지주도 지난 18일 비대면 신용대출 플랫폼 ‘스마트 대출마당’을 선보였다.

◇2030 마케팅도 통했다

아울러 카카오뱅크는 주로 2, 30대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의 효과도 분명히 보여줬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당시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그려진 체크카드만으로도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박힌 체크카드가 젊은 층 고객들로부터 큰 인기를 모았다”고 밝혔다.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는 현재까지 전체 계좌개설 고객의 약 78%인 500만명이 신청했다. 지난해 발급된 금융권 전체 체크카드 누적 순증 규모 696만장의 71%에 달한다. 캐릭터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본 카카오뱅크는 지난 24일부터 기존 체크카드에 들어가지 않았던 캐릭터를 담아 한정판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트렌드를 활용한 마케팅도 혁신적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키워드로 내세운 ‘26주 적금’이 대표적이다. '26주적금'은 1000원, 2000원, 3000원 중 하나를 첫 주 납입금액으로 선택하면 매주 그 금액만큼 증액해 적금을 하는 서비스다. 소소한 금액이지만 26주 간 모으면 꽤 넉넉한 재산이 되도록 하는 전략이다. 주로 2, 30대 ‘짠테크(짠돌이+제테크)족’ 사이에서 인기를 끈 26주 적금은 출시 20일만에 30만 계좌가 개설되는 성과를 냈다.

이에 시중은행들도 카카오뱅크 출범 이후인 지난해 하반기부터 젊은 층을 공략하는 마케팅을 강화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7월 SNS마케팅을 총괄하는 ‘SNS 랩(Lab)’을 구성했고 우리은행도 비슷한 시기에 SNS 홍보팀을 새로 만들었다.

또 카카오뱅크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체크카드에 담았듯, 다른 은행들도 새로운 체크카드를 선보이는 추세다. ‘아이돌 체크카드’가 그 예다. 신한은행은 아이돌 그룹 워너원을, KB국민은행은 방탄소년단을 체크카드에 담았다.

◇경쟁력 있었지만…지속이 관건

이처럼 카카오뱅크가 은행권에 메기효과를 일으켰다는 평가가 많지만 지속적인 경쟁력을 갖추는 게 관건이다. 시중은행들이 내놓은 비슷한 서비스가 효과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통합 앱 ‘쏠’은 최근 출시 5개월 만에 가입자 수 600만명을 돌파했다. 카카오뱅크 전체 가입자 수가 630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난 인원 수다. 쏠에서는 대출, 외환 등 대부분의 은행 업무를 비대면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대면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소비자들은 다른 은행에 새롭게 가입하기보다 기존 은행의 플랫폼을 활용하려는 경향이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아이돌 체크카드 역시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 못지 않은 인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말 출시된 신한은행의 워너원 체크카드는 10만좌 이상 발급됐다. 출시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BTS체크카드는 발급 고객이 지나치게 많을 것을 우려해 지점 별 발급 개수 한도까지 뒀다.

카카오뱅크는 IT 개발에 특화된 직원들과 고객 중심 마케팅을 중심으로 경쟁력을 이어나간다는 입장이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카카오뱅크 전직원이 40%가 IT분야 개발자다. 모바일 비대면 플랫폼이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며 “고객의 입장에서 은행 서비스를 생각해 은행의 혁신을 이끌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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