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수사로 유족 피해 인정…진범 패터슨은 징역 20년 ‘확정’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故 조중필 씨 어머니 이복수 여사가 지난해 1월 25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진범으로 지목된 미국인 아더 존 패터슨(38·당시 만 17세)이 범행 20년 만에 유죄 확정판결이 난 후 법정을 나서며 심경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1

국가는 ‘이태원 살인사건’의 부실수사 책임을 지고 유가족에게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부모에게 각각 1억5000만원, 형제 3명에게 각각 2000만원의 배상금이 산정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재판장 오상용 부장판사)는 26일 피해자 조중필(당시 22세)씨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유가족에게 총 3억6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유족들이 겪었을 정신적·육체적·물질적 피해, 현재의 국민 소득 수준, 통화가치 등을 고려했다”고 위자료 산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태원 살인사건’은 1997년 4월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대학생 조씨가 흉기에 찔려 무참히 살해된 사건이다.

수사기관은 범행 현장에 있던 에드워드 리와 아서 존 패터슨 가운데 리를 범인으로 지목해 기소했지만, 리는 1998년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 판결을 받고 풀려났다.

조씨의 부모는 이듬해 패터슨을 살인 혐의로 고소했지만, 패터슨은 미국으로 출국해 수사가 진척되지 못했다.

영구 미제가 될 뻔한 이 사건은 2009년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이 개봉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았고, 검찰은 재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2015년 패터슨을 국내로 송환한 뒤 과학수사기법으로 확보한 새 증거 등을 통해 리의 부추김으로 패터슨이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검찰의 공소제기와 달리 리와 패터슨이 공모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하고 패터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다만, 한번 처리된 사건은 다시 다루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따라 리를 처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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