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상장 종목 여전히 주목해야

"사실상 미달이라고 봐야겠지요. 생각보다 시장 분위기가 더 차갑네요"

 

최근 IPO업계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하반기 시장 분위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하반기 기업공개(IPO)시장 기대주로 꼽히던 티웨이항공이 기관 수요예측에 이어 일반 청약에서도 부진한 성적표를 내면서 앞으로 상장 공모주들도 불안감을 떨쳐내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티웨이항공은 일반 공모청약에서 1.15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통상적으로 일반 청약시 청약 증거금을 100%로 설정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미달이나 마찬가지인 결과다. 이보다 앞서 상장 절차를 밟았던 롯데정보통신 역시 부진한 흥행 성적을 받은 점은 부담을 키우고 있다. 현대오일뱅크와 아주IB투자, 미래에셋벤처투자 등 상장을 준비중인 기대주들 역시 공모 과정에서 흥행에 실패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불안감의 원인은 분명하지 않다. 우선 공모가가 과도하게 설정돼 상장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자 투자자들이 등을 돌렸다는 가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상장 시장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반기 수요예측을 진행한 종목 18개 가운데 12개 종목이 희망공모가 상단 이상에서 최종 공모가가 결정됐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과도한 공모가와 이로 인한 투자자 이탈에는 동의하기는 어렵다. 하락폭이 컸던 종목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예년에 비해서 특별히 과도했다고 보기는 어려워서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종목 가운데 셀트리온처럼 시장을 바꾸는 이전상장과 기상장회사의 분할로 신설된 회사들의 신규상장 등을 제외하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새로 상장된 종목은 30개다. 이 가운데 20개 종목은 공모가 대비 상승해서 거래되고 있고 10개 종목이 하락했다. 33%의 확률로 약세를 기록한 셈이다.

같은 기준으로 지난해 상장 종목을 비교해보면 82개 종목 가운데 34곳이 하락했다. 백분율로 나타내면 41% 가 약세를 기록했다. 올해와 비교해 크게 차이나는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2016년에 상장된 종목 81곳 가운데 50곳이 공모가 대비 현 주가가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공모가 대비 상장후 주가 수익률 역시 특별한 점을 찾기는 어렵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상장한 종목을 한주씩 공모가에 매수했다고 가정하면 이날까지 49%의 수익을 기록하게 된다. 같은 기준으로 지난해 상장한 종목에 투자할 경우 이날까지 수익률은 20% 수준이다. 

주가는 측정 시점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적합한 비교는 아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올해 상장 종목들의 공모가 대비 주가 변화가 공모 흥행에 부담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최근 상장 시장에 불고 있는 불안감의 원인은 유통시장에서 전이됐다고 보는 편이 설득력이 높다. 최근 국내 증시는 미중 무역갈등의 부각 속에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현금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시장이 흔들려도 기업의 본질가치는 흔들리지 않는다. 투자자들에게 싸게 사고 비싸게 파는(Buy Low And Sell High) 기회로 인식된다면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일부 공모주의 흥행 부진에도 하반기 상장 종목에 여전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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