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중위임금 기준 OECD 회원국 중 3위라는데

18년 전 기자는 방학기간을 이용해 대학가 호프집에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당시 받았던 시간당 임금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시간당 1600원. 손님들이 오기 시작하는 저녁 7시부터 버스가 끊기기 전인 11시까지 일했다. 한 달을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20만원이 채 안됐다. 먼저 근무한 직원이 시간당 2000원 받았는데 훨씬 오래 일을 했고 숙련돼 있다는 이유였다. 사장 입장에선 당연했다. 나를 포함한 다른 알바생들도 이에 대해선 불만이 없었다.

지금도 간혹 있지만 당시에는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업주들을 정말 쉽게 볼 수 있었다. 내가 면접 본 여러 곳이 1500원을 제시했으니 말이다. 그나마 최저임금제도로 가이드라인(1600원)에 근접해 있다는 건 다행이었다. 당시 최저임금제도가 어느 정도 최소한의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개 병사 취급도 못 받았던 최저임금은 어느덧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임무에서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일단 제대로 따라 오지 못하면 아군(업주)이라도 바짝 긴장해야 한다. 언제 내 목을 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공포의 존재가 되어 버렸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이 어떤 수준이기에 이렇게 소란일까. OECD 통계를 기반으로 보면, 중위임금 기준 우리나라의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은 OECD 회원국 중 터키와 칠레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불과 2년 전 우리나라는 이 기준에서 13위로 중간 위치에 있었다. 2년 사이 무려 27.3%가 올랐다.

최근 최저임금위원회는 우리나라의 중위임금이 선진국들보다 낮아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과대평가되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기준을 평균임금으로 바꿨다. 그런데 전체 근로자의 평균임금이 아닌 정규직 전일제 근로자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들의 시급이 1만9800원으로 최저임금 월급 고시기준을 적용할 경우 월급여는 413만8200원에 달한다. 임금분포상 이들은 상위 15% 수준이다. 최저임금을 정할 때 이 수준에 맞췄다는 얘기인데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됐다”는 현장의 불만이 그냥 나온 얘기가 아닌 셈이다.

18년 전, 택시비까지 챙겨주는 사장님의 연장(근무) 요청은 용돈을 더 벌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언제부터는 먼저 연장을 요청하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정말 짠 내 나는 최저임금을 받았다.

서민들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최저임금은 올라야 한다. 그러나 그 수준이 문제다. 한쪽은 일자리를 잃고, 다른 한쪽은 업장을 잃을 수도 있다. 을과 을의 전쟁이 승자는 없고 상흔만 가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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