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법상 사전 신고 위반 등 저촉, 우아한형제 “수사기관 통해 정식조사 진행”…동물단체 “불법적 방법은 적절치 않아”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배달의민족 주최로 열린 제2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행사장 밖에서 동물보호 활동가들이 손팻말을 들고 기습시위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배달의민족 치믈리에 행사장에서 벌어진 동물운동가들의 시위가 법적 공방으로 이어지게 됐다. 쟁점은 불법 시위 여부다. 통상 신고를 하지 않은 집회나 시위는 불법으로 간주되는 터라 동물운동가들은 책임을 져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2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 호텔에서 제2회 배민 치믈리에 자격 시험 행사를 개최했다. 치믈리에는 와인 맛을 감별하는 소믈리에처럼 국내에서 판매되는 치킨의 종류와 맛을 구별하는 이들이다. 실제로 우아한형제들은 치믈리에를 농림축산부에 민간자격증으로 정식 등록했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이 야심차게 준비한 치믈리에 행사장에 불청객이 나타났다. 시험 시작 직전 동물운동 독립활동가 10여명이 기습 시위를 진행한 것이다. 이들 가운데는 몇 명은 동물권단체 케어 소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시위자들은 ‘치킨은 살 안 쪄요, 치킨은 죽어요’, ‘동물 사체 감별사라니’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치믈리에 행사를 비난했다. 호텔 측의 제지로 시위는 5분 만에 끝이 났지만 우아한형제들은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사건 발생 후 우아한형제들 내 법무팀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해 법률 검토를 시작했다. 우선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여부 등을 비롯해 위법 행위에 대해 검토한 뒤 참가자들의 정신적 피해 보상까지 요구할 계획이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동물운동가들에게 보상을 받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집회나 시위는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 공공의 안녕 질서에 위협을 끼치지 않아야 한다. 또 집회나 시위를 시작하기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찰 경찰서장에게 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동물권단체 케어 측에서는 당시 시위자들 중 일부가 케어 소속이기는 하지만, 해당 시위가 케어의 단체 의견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동물보호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폭력적이거나 불법적인 방법은 지양했어야 했다고 의견을 전했다. 이 동물단체 관계자는 “단 시간에 모든 사람이 닭을 섭취하지 못하도록 할 수는 없으니 순차적인 방법으로 캠페인을 벌여서 육식을 하는 이들이라도 관련 논리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폭력적인 방법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하나씩 바꿔나가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에서는 지난해 메신저 접속 시 삼계탕 섭취를 권하는 팝업이 뜨는 것에 대해 공문을 보내 시정할 것을 요구했다. 해상 사업자는 이 요청을 바로 수용해서 팝업이 뜨지 않도록 조치를 했다. 또 아프리카TV 방송에서 길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면서 괴롭히는 방송을 한 BJ에게 방송에서 바로 방해하기보다는 아프리카TV 측에 공문을 보내 시정을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다만 이 관계자는 불법 시위가 불법이더라도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번 치믈리에 시위로 인해 이슈가 되면서 닭을 섭취하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울릴 수 있는 계기는 됐다는 것이다. 그는 “배달의민족이 치킨 문화나 치맥 문화를 장려해 치킨의 소비가 점점 늘고 있고, 그만큼 공장식 축산에서 닭들이 고통 받고 있다”며 “공장대신 동물복지인증 마크를 받은 축산물을 유통하거나 닭이 제대로 날개를 펼 수 있는 농장에서 자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우아한형제들은 치믈리에 행사 방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문을 게재했다. 우아한형제 측은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지만 그것이 불법적, 폭력적인 방식으로 표출돼서는 안 된다”며 “시위자들은 참가자들에게 닭을 먹는 것 자체가 비윤리적이라고 말하고, 마치 그분들이 생명을 경시하는 것처럼 죄인 취급하며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엄마, 아빠를 따라온 어린 아이들은 겁에 질려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목소리를 낼 때는 적절한 형식과 절차가 있고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행해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의 믿음이 옳다고 해서 타인의 의견이나 감정까지 무시하고 짓밟을 권리는 주어지지 않는다. 기습 시위대는 회사의 원활한 진행을 방해하고 참가자들에게 죄책감과 불편한 마음을 갖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우아한 형제들은 행사에 끼친 직·간접적 피해, 행사 참가자 분들의 정신적, 정서적 피해에 대해 수사 기관을 통해 정식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