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선의의 투자자 보호하고 건전한 시장질서 경제 확립 필요”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미약품 본사. /사진=뉴스1

한미약품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차익을 얻어 과징금 폭탄을 맞은 개인투자자들이 ‘정당한 투자였다’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과징금을 취소해 달라”며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한미약품은 2016년 9월 30일 오전 9시 29분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의 8500억원대 항암제 기술수출 계약이 해지됐다는 ‘악재성 공시’를 했다.

베링거인겔하임사가 공식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한 시점은 하루 전날인 29일 오후 7시 6분이었지만, 한미약품은 장이 시작된 이후 29분이나 늦게 공시를 올렸다.

이 과정에서 한미약품 법무팀 소속 직원 등이 지인에게 몰래 전달한 내용이 광범위하게 유포되며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매도자들이 발생했다.

증선위는 이렇게 차익을 얻은 한미약품·한미사이언스 직원, 개인투자자·전업투자자 등 14명에게 지난해 5월 총 24억원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A씨는 13억4500여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한미약품 법무팀 직원,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 직원, 지인 등에게 자본시장법이 정한 미공개중요정보를 얻어 매도에 이용했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투자전문가로서 ‘전략과 원칙’에 따라 주식을 매도했을 뿐 이 사건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도하지 않았고, 정보 내용 역시 “한미약품에 악재가 나올 수 있다”는 수준이어서 자본시장법에서 정한 미공개중요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전략과 원칙에 따라 주식을 매도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이 사건 정보를 미리 알게 된 직장 후임과 같은 공간에 있었고, 직장 후임이 한미약품 주식을 모두 매도한 직후 본인도 주식을 매도했다”면서 “이 사건 정보를 전달받고 이에 기초해 매도했다고 봐야 한다”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악재가 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무렵 기술 수출 건은 한미약품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이슈였다”면서 “이는 단순한 정보가 아닌 투자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로서 자본시장법에서 정한 미공개중요정보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원고는 이 사건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도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정보를 전달받고 이를 거래에 이용하는 등 다분히 계획적이고 의도적으로 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중요한 정보의 공개 여부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식시장에서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취하는 투자자들이 있을 경우 정상적으로 거래하는 다수의 투자자에게 피해가 발생하게 되므로 이를 방지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같은 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 부장판사) 역시 B씨가 유사한 취지로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과징금부과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미공개중요정보를 이용한 상장주식 매매행위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목적은 선의의 투자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시장질서경제를 확립하기 위한 것”이라며 “원고가 주장하는 여러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을 통해 달성하고 하는 공익의 보호 필요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단장 서봉규 부장검사)은 2016년 12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45명을 적발해 17명을 재판에 넘겼다.

다만 검찰은 한미약품이 악재성 정보를 장 개시 후인 오전 9시 29분 공시한 것을 ‘의도적 지연 공시’로 보기도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당시 검찰은 “한미약품 회장이 개장 전에 공시를 지시했다”며 “오너 일가와 공시담당 임직원의 휴대전화·컴퓨터 등을 분석했지만 주식 매도 내역 등에서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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