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정 여론 비등하면 수사팀 위축돼…돈 받은 사실은 인정, ‘불씨’ 여전해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 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사무실에서 노회찬 정의당 의원 사망 관련 입장 표명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포털 댓글 조작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드루킹’ 김아무개씨 측으로부터 5000만원의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노 의원을 연결고리로 정치권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려던 특검팀의 수사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허 특검은 11일 오전 11시 30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노 의원의 투신 사망과 관련 위로의 말을 건넸다.

허 특검은 “오늘 비보를 듣고 침통한 마음이다.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면서 “의원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적당한지 모르겠으나 유가족에게 드리는 인사라 생각하고 받아주셨으면 좋겠다”고 거듭 말한 뒤 90도로 고개 숙여 위로했다. 안타까운 심정을 감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향후 수사 진행과 관련된 언급도 전혀 없었다. 허 특검은 “오늘 수사에 관한 내용은 다음에 말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 정도로 말하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노 의원의 사망은 특검팀 수사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노 원내대표에 대한 특검팀의 수사는 공소권 없음으로 끝날 전망이다. 공소권 없음은 불기소 처분의 하나로 피의사건에 관한 소송조건이 결여됐거나 형이 면제되는 경우에 검사가 내리는 결정이다. 통상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진다.

노 의원에 대한 추가 수사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향후 이 자금의 성격을 규명하는데도 어려움이 생겼다. 특히 노 원내대표를 연결고리로 정치권 전반으로 수사를 확장하려던 특검팀의 전략에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특검팀은 노 의원 외에도 김경수 경남지사 및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 백원우 민정비서관 등 문재인 정부 핵심 관계자들도 수사 선상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극적인 사고로 특검과 특검팀 전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상당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사출신 변호사는 “통상적으로 피의자가 자살하면 동정론 등이 비등하고 수사팀이 위축되는 등 수사진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수사의 불씨가 여전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노 의원이 돈을 받은 사실 자체는 인정하고 사망했기 때문에 수사의 불씨가 살아있다고 본다”면서 “수사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간접적으로 확인된 만큼 다른 혐의와 관련해 특검이 확보한 증언 및 증거들도 상당한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노 의원은 드루킹의 측근인 도아무개 변호사로부터 2016년 3월 불법 정치후원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다. 특검팀은 노 의원이 드루킹의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아지트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2000만원을 받고, 노 의원 부인의 운전기사 역할을 한 경공모 회원 ‘베이직’ 장아무개씨가 3000만원을 받았다는 구체적인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노 의원은 이날 오전 9시 38분경 서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아파트 13동 1층 현관 앞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 아파트 경비원이 아파트 1층 현관에 숨진채 쓰러져 있는 노 의원을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아파트 17층~18층 계단참에는 노 의원의 외투 및 외투 내에서 지갑(신분증)과 정의당 명함,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드루킹 관련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는 내용과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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