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뇌물수수 ‘무죄’·국고손실, 공직선거법 위반 ‘유죄’…징역 24년 선고된 ‘국정농단’ 사건과 별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92억 뇌물’ 혐의 관련 80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36억원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받고, 대통령 신분으로 20대 총선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총 징역 8년이 선고됐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이 국고를 손실한 것은 맞지만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16년 총선과정에서 ‘친박 리스트’를 작성하는 등 선거에 개입한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재판장 성창호 부장판사)는 2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를 받는 박 전 대통령의 선고공판에서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년, 추징금 33억원을 선고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인정돼 징역 2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국정원장들이 특활비를 지원했음에도 청와대와 마찰을 빚는 등 국정원장들이 자기 임명 대가로 특활비를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고손실을 일으켰다고 볼 수 있다”며 국고손실 혐의를 유죄로 봤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비박계 후보를 배제하고 친박 후보를 국회의원에 당선시키려고 다량의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공무원 신분을 이용해 선거 기획하고 새누리당 경선에 개입했다”며 “일련의 행위는 피고인의 명시적 묵시적 지시와 승인 하에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유죄 판단 근거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5월부터 2016년 9월까지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특활비 35억원을 상납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이병호 전 원장에게 요구해 2016년 6월부터 8월까지 총 1억 5000만원을 이원종 청와대 당시 비서실장에게 지원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이밖에 2016년 총선을 앞둔 2015년 11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여론조사를 통한 ‘친박 리스트’를 작성하고, 정무수석실 행정관들에게 이들의 선거 전략을 수립하게 하는 등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경선에 부당 개입한 혐의도 받는다.

한편, 검찰은 이날 오전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2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30년과 벌금 1185억원을 구형했다.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사건과 국정농단 사건은 별건으로 진행된다.

검찰은 “국민들을 상대로 진정 어린 사과와 반성의 모습을 보인 적이 없고 2016년 10월 이후 단 한 차례 법정 출석도 안 했다”면서 “비록 대통령이 특별한 지위라고 해도 한국 국민으로 형사사법 절차에 임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일체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혐의 1심 재판에서 18가지 혐의 중 16개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24년과 함께 벌금 180억원을 선고 받았다.

다만 삼성그룹 승계 건과 관련한 혐의에 대해선 “삼성 승계 현안과 관련한 박 전 대통령의 명시적·묵시적 청탁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다”며 무죄가 선고됐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