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KT 후원금 받은 의원들 조사 안해 ‘부실수사’ 논란…정자법 위반 아닌 뇌물죄 적용 주장도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4월 17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위해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 사진=뉴스1

경찰이 KT 임원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인 가운데 19일 KT새노조와 시민단체가 19·20대 국회의원 84명을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 달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돈을 받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척되지 않고, 진행 중인 사건에서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적용돼 경찰이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KT새노조와 약탈경제반대행동은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원 84명을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해달라고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장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연 이들은 “경찰은 KT로부터 돈을 받은 국회의원들에 대한 어떠한 소환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납득하기 어려운 죄목으로 황창규 KT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도 봐주기 수사”라면서 “검찰은 경찰보다 나은 수사를 할 것이라는 기대로 고발장을 접수한다”고 고발 취지를 설명했다.

앞서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달 18일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KT 관계자 7명을 입건하고, 황 회장과 대관부서인 CR(Cooperate Relation)부문 전·현직 임원 구아무개씨(사장)와 맹아무개씨(前 사장), 최아무개씨(前 전무) 등 4명에게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KT는 상품권을 다시 현금으로 바꾸는 소위 ‘상품권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들에게 후원금을 준 혐의를 받는다.

후원액은 ‘상품권깡’으로 마련한 4억4000여만원 등 총 11억5000여만원에 달한다. 상품권깡이 아닌 나머지 7억여원은 경조사비나 접대비로 명목으로 사용됐다. 다만 영수증 등 증빙·전산처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고 회계감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KT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젼 합병 등과 관련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K뱅크 인가와 관련된 정무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등을 주로 공략한 것으로 드러났다. KT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 저지, 회장의 국정감사 출석 제외 등 국회와 원활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후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지난달 20일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금품수수자에 대한 보강수사를 지시했다. 공여자와 수수자가 있는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특성상 자금을 받은 쪽에 대한 조사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검찰에 따르면 경찰은 장기간 수사를 진행했음에도 지난 6월 말까지 수수자 측인 정치인이나 보좌진 등에 대한 조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이에 KT새노조 등은 경찰의 부실수사를 지적하며 검찰이 직접 수사에 착수해 달라고 고발장을 접수한 것이다.

KT새노조 측은 “불법정치자금을 제공한 규모를 볼 때 입건된 7명만이 범죄에 가담했다고 보기 어렵고 KT라는 거대 기업자체가 범죄에 일사불란하게 동원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국회의원에 대한 수사도 전혀 이뤄지지 않아 경찰의 현재 수사는 ‘불철저’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국회와 KT의 현안이 있는데도 경찰은 ‘대가성’에 대한 수사를 고의로 회피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뇌물사건이 아닌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으로 수사하는 것은 전형적인 축소 수사이자 봐주기 수사”라고 강조했다.

한편 KT로부터 불법 후원금을 받은 의원은 19대 46명, 20대 66명으로 조사됐다. 중복인원을 제외하면 여야를 불문하고 99명에 달한다. 

 

의원별로 100만~500만원 수준이며 최고 1400만원이 불법 후원된 사례도 있었다. KT새노조 등은 의원 99명 중 수수액이 100만원 이하이거나 후원금을 돌려준 의원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84명만 검찰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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